원문 출처: http://blog.naver.com/takeread/110184936473 (Lectio 님의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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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책의 가치를 알고 있는 듯 합니다. 비록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콕 집어 이야기하기는 어려우나, 책에는 분명 어떤 유익함과 즐거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우린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도  


우리들 중 속해 있다고 여겨지는 소수의 애독자들처럼 책이라는 세계가 제공하는 그 많은 기쁨들을 누리고 싶은데, 지적세계라고  


불리는 그 은밀하게 배타적인 세계의 즐거움이 궁금한데, 마땅한 방법을 몰라 그 세계의 주변만을 빙빙 맴돌며 무력감과 갈증만  


키워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 역시 그와 같은 고민과 갈증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혹시 같은 길 위에


서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로 몇 마디 적어봅니다.


 


우리는 글자라는 마법을 배웠습니다. 그 마법은 수천년 전에 이미 사라져버린 지혜들을 글이라는 것을 통해 다시 소환시킬 수


있는 위대한 능력입니다. 세상에 그것과 견줄만한 놀라운 능력은 많지 않습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우리는 수천수만 권 뒤에 숨겨진


놀랍고 신비로운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티켓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는 그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아, 그 황금 티켓을 손에 쥐고도 평생 그 내면의 우주로 통하는 입구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큰


행복, 더 안정적인 사랑, 더 달콤한 성공을 위한 많은 이야기들이 책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지식을 원하는만큼


누리는데 필요한 모든 도구도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합니다. 책은 지난 5천년간 지금까지 이 지구를 살다간 동료 인간들이, 그들이 삶을


통해 발견한 모든 지식과 조언들을 모아 놓은 것들입니다. 그것을 읽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지난 5천년간 열심히 농사를  


지어 놓고는 정작 수확은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책을 읽어서 사람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책을 가까이  


하겠다는 의지와 판단력 안에 이미 현명함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선 독서는 노동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정신 노동은 육체노동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피로를 유발하며, 많은 경우  


사람들은 정신 노동에 비해 육체노동을 선호합니다. 익숙치않기 때문에 정신노동을 더 괴로워합니다. 다시 말해, 책을 읽는 행위는  


누구에게나 다 힘듭니다.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들도 정도의 차이일 뿐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합니다. TV는 우리에게 그냥 다가  


오지만 책은 우리가 노력해서 다가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자를 읽으며 해독하는 작업과 함께, 고정된 자세로 앉아  


활자를 따라 눈을 쉴세 없이 움직이는 것은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책을 읽으며  


경험하는 고통은 그 내용을 얻기 위해 내놓는 최소한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책을 많이  


읽어오신 분들에게도, 독서가 요구하는 노동의 고통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조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인문학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기저기서 추천 도서 목록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전들로 채워져 있는데요, 어떤  


경우에는 학생들의 학년별로 구분해놓은 것들도 있더군요. 그 의도는 친절한 것이지만, 때로는 이런 무거운 리스트들이 오히려  


부담스런 벽이 되어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놓기도 합니다. 각자의 상황과 한계 그리고 현재의 수준이 있는  


것인데, 무조건 가장 좋지만 어렵기도 한 책들을 한 무더기 리스트 안에 모아놓은 다음 그것을 읽어야한다는 제안은, 추가로 '어떻게


하면 더 수월하게 독서를 시작할 수 있는가' 하는 부가 가이드가 함께 딸려 와야 비로소 그 친절한 의도가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가이드를 제시하는 건 리스트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좀처럼 만나기 어렵죠.


고전이 독서의 최종 목표인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독서에 맛을 들이다보면 나중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그쪽으로 가게 되어  


있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고전은 초보에겐 버거울 수 있으므로, 혹시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한 경우는 또 모르지만, 그런  


리스트들은 그저 장기적인 참고로만 여기고, 너무 집착하거나 강박을 느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독은 분명  


좋은 것이 맞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은 삶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유익한 습관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책을 읽어야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와닿고 위안이 되고 또 감동을 주는 그런 책은 대부분 소수입니다. 우리가 평생 진정한 친구나  


소울메이트를 찾아 헤매듯, 여러 책들을 접하다 보면 결국 그런 책 몇 권을 손에 쥘 수 있게 되는게 독서생활의 소박한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마음에도 들지 않는데 한 번 시작한 책이라고 해서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모든 책이 좋거나, 나하고 맞는  


것은 아니거든요. 굳이 오기나 의무감을 불러와 그 책을 기어코 끝까지 읽는 것은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삶에서 우리에게 제일 소중한 건 시간이니까요. 


 


책은 나를 위해서 읽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의무이기도 하지만, 독서는 의무보다는 사랑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게다가,


그 의무감이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읽은 것 같기 때문에 또는 무리에서 지적으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떠밀려서 읽는 것이라면


그건 매우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최소한 나에게 유익함이나 즐거움 또는 그 둘 모두를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독서를 통해 온전히 혜택을 얻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즐거움을 따라가는 게 좋습니다.


이 경우 즐거움은 지혜로운 안내자로써 우리에게 가장 옳은 길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발견하는데


집중해서 그렇게 발견된 즐거움을 그 다음 책 또 그 다음 책으로 소중히 보호하며 키워가야 합니다. 그러면 독서를 통한 즐거움을


느끼는 촉수도 예민해지고, 그 폭도 넓어지고, 책을 손에 들고 그것을 읽는 행위도 어느정도 익숙해지면서, 더 무겁고 깊은 독서의


세계로,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독서에 대한 태도 또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남녀가 처음 만나 서로에


대산 사랑을 조심스럽게 지켜나가듯, 우리도 책에 대한 사랑을 조심히, 소중히, 그리고 진지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물론 책을 대할 때 너무 비장한 각오는 어울리지 않지만, 단순히 시간을 때우겠다는 것과 같은 성의없는 태도 역시 조심해야 합니다.  


무엇이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처럼, 자신의 예를 다하고, 또 동시에 상대로부터 즐거움과 배움의 기회를  


기대해야 합니다. 책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독서는 내게 소중한 지식과 지혜를 책으로부터 얻는 시간인데, 그것을  


단순히 시간이나 때우겠다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얻는 것도 그만큼 적을 것입니다. 받는 사람의 자세가 준비되어있지 않은 거니까요.


때문에, 성스러울 것 까지는 없지만, 사람을 대하듯 저자의 대한 존중을 가지고 책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마치 수업 준비를  


잘 해오고 일찍 교실에 도착해서 가장 앞자리에 앉아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교수님의 입을 쳐다보는 학생처럼, 성의 있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에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 성공적이지도 않을 것이고요. 우리가 사람을 외우려고  


사귀는 것이 아니듯, 중요한 것은 그 경험입니다. 어떤 문장을 읽을 때 전해오는 감동, 그 소박한 깨달음들 그런 것들이 사람의 영혼을  


살찌우고 성장시킵니다. 시이불견 청이불문이라고 하지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책의 내용에 진심으로 다가가면 책은 자신이 숨겨놓은  


보석들이 기꺼이 발견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책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읽는 과정에 충실하면, 책을 모두 읽고 덮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읽기 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책은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짧게는 네다섯시간 많게는 일주일이나 한달 내내 붙들고 내 관심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 시간에 대한 예우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내가 읽은 책은 알게 모르게


나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책 값은 그리 비싸지 않지만 그것을 읽기 위해 들이는 우리의 시간은 아주 비싸고 소중한 것입니다.


때문에, 필요하다면 다른 분들께서 남겨놓으신 서평을 읽어보거나 아니면 주변에 계시는 책 좋아하시는 지인분들께 물어보거나 해서


약간의 노력을 들여 책을 선택하는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마침내 그 책을 손에 쥐었을 때 어느정도 건강한 기대도 가질 수 있고,  


이미 나의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었기 때문에 애정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독서가 보다 수월하고 즐겁게 진행될 것입니다. 



어린 시절 학생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다들 별 생각없이 독서라고 답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독서가


좋은 취미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도 근육과 같아서 안쓰면 퇴화합니다. 정신에도 근육이 있거든요. 우리는 대부분 학교를  


졸업하고나면 더 이상 지적으로는 발전하지 않습니다. 승진하기 위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또 생활에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지만  


지적으로는 발전하지 않습니다. 티비나 인터넷으로 우리에게 제공되는 정보들은 마치 '거버'와 같은 아이들용 죽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소화하기 위한 정신근육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몸과 다르게 정신은 평생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기회를 허비한다는게  


아깝지요. 게다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의 진가는 그가 삶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때, 그의 좌절의 순간에, 진짜 힘을 내야 할 때 나타납니다.  


이 정신의 힘이라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닙니다. 남을 포용하고, 스스로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기도 합니다. 그런 힘은 누구에게나 또 언제나 유용합니다. 또 그런 힘을 주는 친구나 멘토가 있다는 건  


삶의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당당하게 독서가 나의 취미라고 선언하십시오. 그리고 실제로 독서를 취미로 또 나의 가장  


가까운 평생 친구로 삼으십시오. 그러면 삶에서 기분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책을 늘 가지고 다니는 습관은 아주 좋은 습관입니다. 특히, 독서가 취미인 사람에게는 당연한 모습이구요. 독서는 한 곳에 오래


앉아 진득히 즐겨도 좋지만 그럴 시간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다행인건, 은행에서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거나, 아니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점심 먹고 사무실에서 시간이 조금 남거나 하는 짜투리 시간이 우리 생활에는 많이 있습니다. 이들 시간 대부분이  


그냥 낭비됩니다. 이것을 독서로 채우면 일석이조가 되겠죠. 그리고 그런식으로 독서를 하면 놀라울 정도로 많이 읽을 수 있습니다.  


이건 그것을 실제로 해보신 분들께서는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만큼 우리 삶에서 낭비되는 작은 시간의 조각들이 많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책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은, 특히 여성분들의 경우 매우 섹시합니다. 최신 유행을 따른 화려한 옷이나, 유명한 핸드백  


또는 노련한 화장으로 가꾼 얼굴과는 또다른 차원의 매력입니다. 솔직히 그런 여성분들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남성분들의 경우에는 더  


진지해 보일 수 있구요. 번거롭게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까지 자신의 지성 그 내면을 채우고 또 더 많은 지혜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신뢰가 가고 또 더없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끝으로 책을 한달에 몇 권을 읽겠다 또는 일년에 몇 권을 읽겠다하는 계획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런 강박없이 그저  


내가 좋아할만한 책 한권을 신중히 선택한 다음, 그것을 매일 가지고 다니며, 읽히는만큼 따라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일주일만에  


또 어떤 분들은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같은 과정을 통해 다음 책으로 넘어 가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몇 권을 읽다보면 자신의 독서 패턴이나 새로운 관심사 등이 생길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것에 따라 이동하면 됩니다. 사탕을  


먹는 것의 목적이 그것을 빨리 먹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 과정을 즐기도록 해야 합니다. 몇 권 읽었느냐보다 그 과정을 얼마나 즐겼느냐가  


중요하고 또 얼마나 느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렇게 진지한 태도로 책을 대하기 시작하신 분들은 이미 자신에게 커다란 선물을 하고  


계신겁니다. 그 최초의 선물은 바로 어디서나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렇게, 변화는 이미 시작이 된 겁니다.  


 


- Lec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