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헤이즐넛이여, 안녕

2006.02.04 17:28

윤태동 조회 수:6069

'헤이즐럿'과 같은 '향커피(flavored coffee)'의 진실



1990년대 중후반 부터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고급커피인줄 착각을 하게 하는 커피중에 '향커피(flavored coffee)'라는 것이 있다.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는 있는 그대로의 원두 커피가 아니라 커피에 인공적 향미를 첨가한 향커피는 강력한 향 물질을 커피에 입혀 독특한 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커피이다. 그런데 문제는 향커피에 부가된 인공적인 향이 커피 본래의 향을 압도해야 하므로 향커피에 쓰이는 커피 원두는 일부러 향이 날아가도록 오래 묵히거나 향미가 떨어지는 저급의 커피 원두를 사용하게 되는데 있다.

향커피를 만들게 된 배경도 유통 과정이 오래되어 쓸 수 없게 된 커피를 재가공하여 유통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니 건강을 따진다면 향커피는 그다지 권할만하지 못한 듯 싶다. 또한 인공 향이 커피원두 표면에 부착되는 과정 상, 건강상 문제가 되는 화학적 변화가 발생될 것을 염려해서인지 미국 FDA에서는 아직도 향 물질에 대해 승인을 해주고 있지 않다고 한다.

더욱 걱정되는 주변의 소문은 버려지는 커피가 아까워서 재활용 차원에서 만든 커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워낙 강하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가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자, 멀쩡한 원두를 인공적으로 탈취하여 향을 주입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헤이즐럿 커피'의 '헤이즐럿'이란 것도 커피의 한 종류인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헤이즐럿이란 실은 개암나무 열매를 말하고 헤이즐럿 커피의 향도 천연 개암나무 열매의 향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화학적 향기를 입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향커피는 헤이즐넛을 필두로 아이리쉬크림, 라즈베리 쵸코, 바닐라 캐러멜, 버터토피 등등처럼 사용된 향 물질의 이름을 따서 커피 명이 만들어진다.

보통 커피를 담는 포장지에는 일명 '배꼽 밸브'라 불리는 동그란 '후레쉬 밸브'가 붙어 있다. 이 밸브는 'One Way Valve'라고도 하는데 커피의 신선도를 유지시켜주는 작지만 과학적인 장치이다. 신선한 커피를 봉투에 담으면 커피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가스가 나오게 되는데 이 밸브는 가스는 밖으로 배출시켜주고 바깥의 공기는 차단시켜주기 때문에 커피가 산화되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 판매되어지는 커피봉투에는 거의 90% 이상 이 밸브가 붙어 있으니 어떤 것이지 궁금하시면 집에 있는 커피 봉투를 한번 확인해 보셔도 좋겠다.

백화점에서 향커피 원두들을 고객들에게 팔면서 바로 이 후레쉬 밸브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먼저 손님들의 코에 후레쉬 밸브 쪽을 가져 다 대고 커피 봉투 속에서 나오는 인공 향기를 맡게 하면여 고객들로 하여금 마치 그 냄새가 커피가 가진 천연향으로 착각하도록 하여 커피 구매를 유도한게된 것이다. 이 방법은 일단 상당히 반응이 좋아서 고객들은 강한 향미에 오감이 자극 되어서인지 쉽게 커피를 구매하고는 한다.

이런 판매 상술을 통해 한국의 커피문화는 향커피 문화에 찌든 이상하게 왜곡된 커피문화가 형성되게 되었다. 적어도 백화점에 와서 커피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나름대로 좋은 것을 즐긴다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고 어떠한 제품에 대한 그들의 입소문과 영향은 일반 소비 계층들보다 훨씬 크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이들이 커피는 향커피가 좋은 것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런 커피를 즐기는 것을 고급 커피를 즐기는 것으로 착각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 상황이 안타까운 것이다.

향커피에 한번 길들여진 사람들이 좀처럼 그 커피를 포기 못하는 고집을 자주 보게 되는데, 굳이 향커피를 원한다면 약간은 귀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신선한 커피에 천연 향 시럽을 넣어 마시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시럽을 따로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하면 그래도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헤이즐럿이여,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커피를 아는 지식에서 나 올 것이다. 커피를 아는 지식만큼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향을 첨가하지 않고도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만 향커피로 왜곡된 커피 문화가 제자리를 잡게 될 듯 하다. 잘못 웃자란 가지를 쳐주는 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스포츠서울]

출처 : http://blog.empas.com/suok97/1227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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