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반지 원정대의 비밀일기" ㅎㅎ

2004.11.05 01:19

윤태동 조회 수:6345 추천:11

영문 원본은

http://valeska1.bei.t-online.de/secretdiaries.html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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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원정대의 비밀일기
The Very Secret Diaries of the Fellowship




이 글은 Cassandra Claire라는 사람이 쓴
"The Secret Diaries of the Fellowship" 이라는 일종의 팬픽입니다.
물론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그것도 특히 영화판)의 팬픽이지요.

http://diaries.diagon.org/에 가시면 정리된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Translation by 3DTarazed@hitel.net">Tarazed@hitel.net">Tarazed






THE VERY SECRET DIARY OF
ARAGORN, SON OF ARATHORN

아라손의 아들 아라곤의 비밀일기

1일째:
죽인 반지의 망령 수: 4. 아주 좋음.
호빗들과 만났음. 40마일 걸었음.
다람쥐 가죽을 벗겨서 먹었음.
아직도 왕이 아님.

4일째:
호빗들과 산 위에서 오도가도 못함.
보로미르는 진짜 짜증임.
아직도 왕이 아님.

6일째:
죽인 오크 수: 없음. 실망.
수염 업데이트: 거칠고 남자답게 보임. 나이스!
김리에게 계속 드롭킥을 날리고픔. 참고 있음.
아직도 왕이 아님.

10일째:
요즘 일기를 쓰지 못해 유감.
모리아의 광산은 아주 어두움. 커다란 발록.
오늘도 왕이 아님.

11일째:
죽인 오크 수: 7. 아주 좋음.
수염 업데이트: 지저분해 보임.

레골라스가 나보다 섹시할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왕이었더라면 그는 나를 좋아할까?

28일째:
프로도가 곤란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
하지만 작업에 들어갔다간 샘 손에 죽을 듯한 예감이 든다.
그리고 털북숭이 발이 약간 깨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왕이 아님.

30일째:
로스로리엔. 갈라드리엘이 날 찍은 것 같음. 색녀.

보로미르랑 즐겁게 잡담.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닌 듯.

샤워했음. 으하!
하지만 아직도 왕이 아님.

32일째:
죽인 오크 수: 없음.
수염 업데이트: 미묘하게 털투성이.

레골라스가 자기 마음 속에
그림자와 위협이 자라고 있다고 얘기함.

레골라스가 게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왕 아님.

33일째:
죽인 오크 수: 수천. 아주 좋음.

보로미르가 오크에 살해당함. 덩신.
내 팔에 안겨 용감하게 죽은 건 사실이지만,
이제 보로미르가 절대 게이였다는 확신이 듬.
김리도 확실치 않음.

보로미르여, 고이 잠들라.
아직도 왕이 아님. 하지만 최소한 보로미르는
내가 왕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듯.
피를 본 다음에야 그런 거지만.

34일째:
프로도 모르도르로 떠남.
혼자 가겠다고 해놓고 샘을 데려갔음. 어째서?

하느님, 이 영화 출연진들은 나만 빼고 다 게이란 말입니까?

사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음.

아직도 왕이 아님. 빌어먹을.


THE VERY SECRET DIARY OF
LEGOLAS, SON OF WEENUS

위너스의 아들 레골라스의 비밀일기

1일째:
엘런드의 회의에 가다. 내가 제일 예뻤음.
어떤 작은 사람을 따라 모르도르에 가서
화산 속에 반지를 던져넣기로 했다.
아주 중요한 임무. 금반지는 되게 싸구려같음.

4일째:
보로미르 왕짜증. 왜 그 커다란 방패를
디너 접시처럼 맨날 매달고 다녀야 하냔 말이다.
카라드라스를 등반했는데 눈 위를 걷지 못하는
소심한 인간들이 다시 산을 내려갈 것을 주장했다.

원정대를 통틀어 분명 내가 제일 예쁘다. 잘난 나!

6일째:
모리아의 광산이 너무 어두워서 머리를 잘 빗을 수가 없음.
머리가 엉킬까봐 몹시 걱정됨.

오크들은 되게 바보같음.

여전히 제일 예쁨.

10일째:
간달프가 그림자 속으로 떨어졌다. 다른 소식으로는,
내 코에 뾰루지가 생기려고 하는 것 같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엘프의 뾰루지는
500년 이상 가기 때문.

저주받은 뾰루지만 보류한다면 여전히 제일 예쁨.

11일째:
로스로리엔. 갈라드리엘이 나보다 예쁠지도 모른다고 의심.

그 여자가 내 헤어스타일을 따라했다는 걸 거의 확신함.
난 저 스타일은 적어도 1000년 전에 하고 다녔었는데.
바보 여자. 갈라드리엘의 거울 분수를 써서 나이스한
버블 바스를 했더니만 아주 싫어한다.

내 머리카락 때문에 하수구가 막혔다는
그 여자의 주장은 무시하기로 했다.
800년 동안 내 머리는 한 올도 빠지지 않았다.
왜 지금 와서 빠지겠어?

여전히 단연코 제일 예쁨.

30일째:
배에서 노 젓는 건 내 피부에 좋지 않음.

아라곤이 프로도를 엄청 매력적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는 게 눈에 보임.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샘 손에 죽겠지만.

여전히 제일 예쁨.

33일째:
보로미르가 반지에 유혹당하다. 진짜 재미없다.
나는 유혹당할 일이 없음.
이미 원하는 모든 것-완벽한 머릿결에
화강암처럼 탄탄한 엉덩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시라는 여자한테서 아주 이상한 편지를 받고 있음.
내 엘프다움에 반해 뭔가 음탕한 짓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음.
다행히도 엘프의 슈퍼 울트라 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여자가 오는 게 보이면 도망갈 수 있음.

35일째:
보로미르 죽음. 아주 지저분하고 불필요한 죽음.
죽을 때 아라곤이 키스해주긴 했음.
남자가 반응 좀 얻어보려면 화살을 잔뜩 맞아야만 하는 건가?
보로미르는 절대 나보다 안 예쁘다. 이해할 수 없음.
입을 삐죽거리고 싶어짐.

프로도는 샘과 함께 모르도르로 떠나다.
서로 배려하는 조그만 남자들이라니, 꽤나 귀여움.

김리가 날 맘에 들어하는 게 거의 틀림없음. 아주 불공평함.
김리는 내 허리에 머리가 닿으니까 이 점은 좋은데,
육중하게 땋은 머리라든가 큰 헬멧은 아주 당혹스러움.
깜깜한 앞날이 예견된다. 아주 깜깜함.


THE VERY SECRET DIARY OF
BOROMIR OF GONDOR

곤도르 사람 보로미르의 비밀일기

1일째:
엘런드의 회의에 참석하다. 아라곤은 언제나처럼 잘난척임.
그 엘프 미녀를 좀 꼬셨다고 자기가 엄청 잘난 줄 안다.
내 말은, 넓은 가슴에, 단단하고 뚜렷한 근육질에,
야외에서 그을린 피부에, 남자다운 수염을 좀 갖고
있다고 해서 곧... 뭐지? 잠깐 삼천포로 빠졌다.

어떤 종류의 임무를 수행하기로 동의함.
와중에 아라곤의....무례함 때문에 주위가 흩어짐.

웁스.

3일째:
멍청이같은 반지. 멍청이같은 여행. 멍청이같은 원정대.

4일째:
오늘 프로도가 반지를 떨어뜨렸다. 내가 주웠지만,
아라곤이 다시 그걸 돌려주라고 했다.
거만한 개x식. 곤도르의 뿔나팔로 녀석의...를
밀어버린다면 어떤 기분이 될지 궁금하...

멍청이같은 반지.

5일째:
아라곤이 프로도에게 푹 빠졌다는 건 자명함.

하하! 하!

무슨 짓을 하려 든다면 샘 손에 죽을 거다.

6일째:
아라곤은 아직도 프로도에게 빠져 있음.
"보로미르, 프로오오도오에게 반지를 돌려줘."
"보로미르. 내가 프로도를 카라드라스로 지고 가겠다."
"보로미르, 잠든 프로도의 목을 따고 반지를
가져가려고 하는 건 그만둬."

뻔뻔스러운 편애가 제일 짜증남.

10일째:
아라곤은 왜 날 좋아하지 않는 거지?

11일째:
프로도를 모리아의 광산 밖으로 들고 갔다.

사실은 꽤 마음에 드는 일이었음.

윈데미르 삼촌처럼 변태 호빗광이 되는 건 아니길 바람.
삼촌한테 그 이후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더더욱.
메리랑 피핀도 귀여운 것들이긴 하지만....

다른 소식으로는, 간달프 죽음.

30일째:
로스로리엔. 갈라드리엘 삼삼함.
그녀가 내 억세고 지저분한 남성미에 매혹되었다는 걸 확신.

레골라스가 갈라드리엘의 분수에서 목욕을 했다.
말썽을 일으킴. 하. 하. 쪼다같은 엘프.
머리도 염색하고 있는 게 틀림없음.
그리고 코에 뾰루지도 하나 났음.

아라곤은 우리도 목욕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의했다.
같이 목욕하자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깨달았음.

멍청이같은 아라곤.

33일째:
프로도가 반지를 갖고 이상하게 행동함.
심지어 내가 보지도 못하게 함. 반지를 잠깐 보려고
프로도와 약간 난투를 벌였다는 건 인정해야겠음.
프로도가 투명인간이 되기 전까지 같이 뒹굴었음.
슬쩍 껴안고 싶었지만 참았음.
(얼굴에 펀치를 맞으니 조금 견디기 쉬웠음)

아라곤이 질투하겠지. 하!

35일째:
오크들에게 살해당함.

멍청이같은 오크들.


THE VERY SECRET DIARY OF
FRODO BAGGINS

프로도 배긴즈의 비밀일기

1일째:
엘런드 성관에서 긴 잠을 자고 깨어났더니 훨씬 기분이 좋음.
그리고 샘이 굉장한 안마랑 버블바스를 시켜줬다.
플라토닉한 형제에는 아주 멋지다.
어째서 샘이 내 발가락을 햝아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엘프식 약 처방하고 관련이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

3일째:
모르도르로 반지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뒤에 생각해 보자니, 바보짓을 한 것 같다.

4일째:
아라곤과 보로미르가 누가 나를 카라드라스로
업고 갈 것인지에 대해 심하게 싸웠다.
아라곤은 보로미르를 눈밭 위로 밀쳤고,
보로미르는 아라곤의 귀를 물어뜯었다.
반지는 내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틀림없다.

6일째:
깨어나서 아라곤이 내 셔츠의 단추를 가지고
놀고 있는 걸 발견했다.

반지를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
빌어먹을 반지의 유혹같으니라구.

뭐,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샘 손에 죽을 테지만.

10일째:
오늘 레골라스가 자기 활로 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아연실색. 레골라스가 반지를 원하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음.

정말 끔찍한 힘을 가진 물건임에 틀림없다.

11일째:
간달프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아주 이상한 마술을 보여줬다.
뾰족한 마법사 모자는 쇼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

반지가 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가 아주 괴상한 사람인 것인지 궁금함.

24일째:
결국엔 휴식. 모리아의 광산은 너무 어두워서
아라곤이 요즘처럼 나를 찾아내서 꼬집지 못한다.

간달프가 그림자 속으로 떨어졌다.
뾰족한 모자가 사라지는 것을 보니 슬펐다.

27일째:
로스로리엔은 아주 예쁘다. 갈라드리엘도 예쁘다.
절대반지를 주려고 했는데, 그녀는 "아니, 내가
당신에게서 원하는 건 다른 거에요, 프로도 배긴즈"
라고 되풀이하며 내 반바지 속으로 발을 밀어넣으려 했다.
반바지를 좋아하는 것 같길래, 내 여분의 반바지를 선사했다.
로스로리엔에서는 반바지가 부족한 모양이다.

30일째:
하루종일 배에서 노를 저었다. 아주 지쳤음.
메리와 피핀이 단체로 안마를 해주겠다고 했다.
이런 사려깊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반지가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 기쁘다.
등 및 다른 부위를 그렇게까지 자주 문지를 필요는 없었지만.

피핀은 우리가 사촌간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겠지? 그렇지?

그렇지?

33일째:
보로미르가 반지를 가져가려고 했다.
백퍼센트 확실하진 않지만, 잠깐 또
끌어안으려고 했었던 것 같다.
보로미르가 꽤 몸집이 큰 관계로, 아주 당황했다.

36일째:
모두 다 나한테 덤벼든다. 견딜 수 없다.
모르도르를 향해 떠남.

샘도 함께 간다. 다행이다. 샘의 특기인
플라토닉한 형제애의 발 마사지도 더 받을 수 있겠지.

그래도 다른 일행을 떠나는 건 슬프다.
김리가 꽤 마음에 들고 있었는데.
육중하게 땋은 머리에 거대한 헬멧에, 몸이 떨렸었는데.
뭐, 어차피 나를 좋아했을 리 없지만.


THE VERY SECRET DIARY OF
SAMWISE GAMGEE

샘와이즈 갬지의 비밀일기

1일째:
프로도가 모르굴의 검에 찔렸음.
안 돼! 하고 피핀이 비명을 질렀다.
피핀한테 프로도님은 죽긴 너무 섹시하니까
괜찮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내가 너무 큰 소리로 말했나?

3일째:
프로도님을 따라 리벤델로 가다.
엘프들이 치료해 줄거라 했음.
간달프는 무의식 상태의 불쌍한 프로도님이
더러운 옷을 벗도록 도와주라고 했다. 그래서
옷을 벗긴 다음 목욕을 시켰다. 한번 더 시켰다.
그 다음에 또 시켰다. 간달프가 와서는
'목욕 여섯 번이면 충분하다, 샘와이즈 갬지'라고 말했다.

늙은 건달 할아범은 아마 제2기 이후로
목욕한 적이 없는 모양임.

4일째:
프로도님을 목욕시킬 때도 다시 되지 않았을까?

5일째:
엘프식 버블바스는 색깔도 가지가지고 예쁘다.

간달프는 재미없다.
흥.

6일째:
프로도님이 깨어났다! 손가락이 쭈글쭈글하게
불은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것만 빼면 상태가 좋아 보인다.

목욕에 관해선 아무 말 않기로 결심했다.

7일째:
엘런드 회의에 숨어들어감.
프로도 모르도르로 반지를 가져가겠다고 자원하다.
프로도님은 너무 용감하고 잘 생긴데다 키도 크고 멋져어!

그래 알았어, 그렇게 키가 큰 건 아닐지도 몰라.

8일째:
모르도르를 향해 떠남.
원정대의 다른 멤버들은 내 생각엔 아주 위험하다.
특히 보로미르. "메리와 피핀에게 칼싸움을 가르친다"라고?
그럼 로벨리아 아줌마가 내 고모겠다. 반바지의 키 작은
남자들과 뒹구는 걸 좋아하는 변태 호빗광임에 틀림없음.

9일째:
아라곤도 보로미르만큼 변태적임.
프로도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 틀림없음.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내 손에 죽을 것임.

10일째:
모리아의 광산은 아주 어둡다.
어둠 속에서 아라곤이 프로도님을
잡으려고 할 때마다 칼등으로 때려줬다.

간달프가 바닥 없는 심연 속으로 떨어졌다.
프로도님은 나중에 뾰족한 마법사 모자에 대해
뭐라고 얘길 했었는데, 나는 샤이어 출신의 순진하고
어린 호빗인지라 뭔 얘긴지 모르겠음.

피핀 말로는 레골라스가 김리를 꼬시고 있다고 한다.
우웩.

15일째:
로스로리엔 아주 예쁨. 금발의 엘프 귀부인이
불쌍한 프로도님을 완전히 찍어버렸다. 피핀도 이에 동의.
난 그 둘이 키 차이가 나서 관계가 불가능할 거라고 말했는데,
피핀은 프로도님이 죽마를 타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피핀이 싫다.

22일째:
로리엔을 떠남. 욕심 많은 엘프 마님 안녕.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으나, 배를 받은 걸 보니
확실히 물과 관련된 장소인 모양임.
사실 프로도님과 같은 배를 타는 이상 상관없음.

23일째:
보로미르가 결국 프로도님에게 욕구불만의 욕정을 드러냈다.
물론 거절당했지만(만세!) 가히 가관이었다.
반지를 손에 넣어서 세상을 통치하고 악을 쓰러뜨리려
했다는 주장이지만, 그게 죄다 뻥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그렇잖아?

24일째:
보로미르가 오크들한테 살해당했다.
오크들도 쓸만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알았다.

프로도 모르도르로 떠남. 나도 데려감. 만세!
뭔가 좀 위로를 해드려야 할 것 같다. 김리와 헤어져야
했던 게 엄청나게 유감이었던 모양이고, 우울한 와중에
암흑 군주의 거친 황무지에서 총각으로 죽을 게 뻔하단다.

그 점은 좀 두고 봐야겠다.


THE VERY SECRET DIARY OF
GANDALF THE GRAY

회색의 간달프의 비밀일기

1일째:
샤이어. 순수하고 목가적인 아름다움의 극치.
내가 도착하기 전에 프로도가 들판에서
수음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생각이 오버했나?

2일째:
충분한 호빗식 담배 덕분에 쌔끈해진 빌보의 생일파티.
다들 넘 좋다. 빌보도 좋다.
불꽃도 넘 예쁘다. 프로도도 꽤 괜찮았다.
호빗들 넘넘 귀엽다. 에구, 조심.

3일째:
엄청난 숙취. 아스피린을 먹기 위해
미니스 티리스로 가다.

12일째:
반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려고 사루만한테 갔는데,
악의 편이 되어 있었다. 아무한테도 이런 소린 못 들었는데.
누가 메모해 놓았을지도 모른다. 갈색의 라다가스트가
아마 또 내 우편함에서 종이를 훔쳐갔나 봄.

13일째:
탑 꼭대기에 갇힘. 풍경 끝내줌. 하지만
계속 진눈깨비가 날려서 뾰족모자에 좋지 않음.
위에서 오크들한테 껌을 뱉는 걸로 위안을 삼고 있다.

14일째:
수작을 걸려고 사루만이 다시 찾아왔다. 세상에!

16일째:
외로움. 사루만도 알고 보면 그렇게 매력없지 않을지도 모름.
벌름거리는 거대한 콧구멍이나 그 갈고리같은
큰 손톱만 아니었다면... 그래, 댁은 내가 사루만이 옛날부터
악의 편이었다고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19일째:
탈출. 리벤델에 있음. 샘은 약간 통제불능.
프로도를 계속 목욕시키려 함.
엘프의 딸기향 비누는 이제 동이 났음.
엘런드가 짜증을 내고 있다.

20일째:
엘런드는 1층 욕실을 쓰지 못하는 데에 질렸는지
프로도를 보내버리기로 결정했다.
반지에 대한 시시한 논쟁들.
샘이 나도 목욕시켜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원정대에 끼기로 했다. 그러면 좋겠는데.

21일째:
아라곤은 분명 프로도한테 빠졌음.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샘 손에 죽을 거다.
샘한테 목욕을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대답은 "하하, 간달프님, 장난하시는 거죠?"
쓸모 없는 붕신같으니.

23일째:
카라드라스 꼭대기 아주 추움.
누가 프로도를 산으로 지고 갈 것인가 싸웠는데
아라곤이 이겼다. 보로미르는 삐짐.
만약 레골라스가 눈 위에서 계속 콩콩거린다면
내 지팡이로 때려줘야 할지도 모름.

25일째:
모리아의 광산으론 가고 싶지 않음.
제2기 때 망쳤던 데이트 때문에
발록이 아직 화가 나 있을지도 모름.

26일째:
모리아의 광산. 옙, 발록 아직도 화났음.

27일째:
그림자 속으로 떨어지다. 발록 색골. 발록이 나를 동굴 밖으로
내보내기 전까지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일들을 해야 했음.
원정대 나머지 사람들에겐 얘기하지 않기로 했음.
대신 엄청난 전투를 했다고 이야기를 지어내야 할 것임.
민망한 부위들에 불쾌한 3도 화상을 입어서, 엘런드한테
치료를 받으러 간다. 엘런드가 날 보고 비웃지 않길 바람.
만약 비웃기라도 한다면 엘런드가 사우론과 주말을
보냈던 일에 대해 다 소문낼테다. 하!


THE VERY SECRET DIARY OF
PEREGRINE TOOK

페레그린 투크의 비밀일기

1일째:
야채를 도둑질하던 중에 샘이랑 프로도하고 부딪쳤다.
옥수수밭 위에서 프로도와 나이스하게 뒹굴려는데
샘이 억지로 떼어냈음.
하인이 지나치게 친한 척 하며 극성맞게 구는데,
이래도 좋은지 프로도랑 조용히 얘기를 좀 해 봐야겠다.

언덕에서 굴러 떨어짐.
메리는 당근을 부러뜨려서 굉장히 실망한 듯.
딱 자기 취향인 당근이라고 했었는데.

2일째:
리벤델 나이스함. 하지만 샘이랑 같은 방을 쓰는 건 싫음.
언제나 물에 흠뻑 젖어있는데다가 딸기 비누 냄새가 지독함.
그리고 엘프들이 나를 정교한 정원 장식품쯤으로
착각하는 데에도 질렸음.

3일째:
장난으로 반지 원정대에 참가.
일행은 좋은 사람들 같지만, 레골라스는 좀 성깔이 있는 듯
하다. 어제 레골라스는 자신이 원정대에서 제일 예쁜
엘프라는 걸 내가 인정할 때까지 크레바스 위에서
날 거꾸로 잡고 흔들어댔다.
크레바스가 꽤나 깊었기 때문에, 이 일행 중에
엘프는 당신밖에 없지 않느냐는 점을 지적할 생각은
차마 들지 않았음.

7일째:
처음 만났던 이후로 25일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아라곤은 머리를 감지 않았다.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함.

9일째:
보로미르에 대한 샘의 생각은 죄다 틀렸음.
진짜 괜찮은 사람임. 오늘 밤 같이 산책을 하자고 간청받았음.
곤도르의 뿔나팔도 불어보게 해주겠다고 했음. 으와 기대됨.

그날 밤:
곤도르의 나팔은 서쪽의 군대를
소집하기 위한 거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매우 교육적이었음.

11일째:
모리아의 광산, 아주 어두움.
하지만 덕분에 보로미르가 날 구석으로 몰아넣고는
아라곤이 얼마나 둔하며 호빗에 집착하는
븅신인지에 대해 투덜거릴 일이 없어서 조금 안심됨.
내 의견을 말하자면,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임.
하지만 아라곤이 프로도한테 반해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샘 손에 죽겠지만.

13일째:
레골라스가 아라곤의 장화 밑창에 왁스칠하고 있는 걸 발견함.
아라곤이 왜 레골라스 쪽으로 잘 넘어지는지 이제 알겠다.
교활한 엘프로다.

아라곤은 아직도 머리를 감지 않았다.

14일째:
간달프 죽다. 모두 시무룩함.
원정대를 위로하기 위해서, 레골라스가 옷을 몽땅 벗고
뮤지컬 실마릴리온의 몇몇 장면을 시연했다.
모두 여전히 시무룩함. 레골라스는 3000살 먹은
엘프 왕자답게 삐져서 사라짐.

15일째:
로스로리엔 아주 예쁨.
김리가 목욕하고 있는 걸 우연히 봐버렸다.
간달프가 세상엔 오크보다 무서운 게 있다고
말했던 것의 뜻을 이제 알겠음. 그리고
그 비누거품 속에 숨어있던 거, 아라곤 맞나?
몇 주 동안 악몽을 꿀지도 모름.

16일째:
아라곤이 머리를 감았다. 만세.

비누거품 속에 숨어있던 게 아라곤 맞았나보다.

20일째:
보로미르가 나한테 시를 바쳤다.
메리 말로는 내가 그를 리드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내가 여자애처럼 소리를 지른다는 말도 했다.
사실 메리는 대부분의 경우 정말 개x식임.

시는 별로였음. 각운도 안 맞음.
무시당한 듯한 느낌.

30일째:
보로미르에게 아직 할 생각이 안 든다고 했더니,
오크한테 가서 죽어버렸다. 정말이지.
인간은 가끔 너무 지나치게 예민하다.

우르크-하이에게 유괴됨. 별로 우호적인 타입은 아닌 것 같음.
메리는 우리가 미인계로 탈출해야 한다고 한다.
자기 혼자 기대하고 있는 모양임, 등x같으니.
오크들 냄새 아주 지독함. 갑자기 보로미르가 그리워짐.


THE VERY SECRET DIARY OF
SARUMAN THE WHITE

백색의 사루만의 비밀일기

1일째:
심심함. 아이센가드엔 케이블 TV가 없음.
갈색의 라다가스트와 아마빛의 맨프레드에게
무례한 익명 편지를 쓰는 것 이외엔 할 일이 없다.

어쩌면 팔란티르를 들여다볼지도 모름.

2일째:
팔란티르를 통해 엄청 나이스한 남자를 만났음.
내가 중간계에서 제일 강한 마법사라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나를 그저 나 자신으로서 좋아해 줄 사람 같았다.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궁금하다.

3일째:
팔란티르 남자의 미몽에서 깨어나는 중.
커다란 눈동자 사진만 하나 보여주더니,
그 이상의 사진을 보내는 걸 거부했음.
말은 자기가 수줍음이 많아서 그런다지만, 내 생각엔
뚱보거나 털북숭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됨.
팔란티르로 사귀게 된 케이스에 관해
아주 나쁜 이야기들을 들었음.
당분간 좀 머리를 식히는 게 좋을 듯.

7일째:
것 참, 팔란티르 남자가 모르도르
암흑의 군주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음.
팔자려니 생각함. 그리고 그렇게 최악의 상황은 아님.
사우론은 뚱보도 털북숭이도 아니고,
단지 악의 세력일 뿐이지 않은가.
이제 가봐야겠음. 세계를 쓸어버릴 거대한 악마 군단을
일으켜야 함. 매니큐어 치료 스케줄도 잡아야 함.
손톱을 뾰족하게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님.

9일째:
또 시작이다. 내가 갑작스런 손님을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간달프가 우연히 지나는 길에 들렀다며
쫄랑쫄랑 찾아왔다. 계속 이번 남자친구한테 선물했다는
반지 얘기를 하고 싶어했음.
늙다리 간달프는 지독한 변태 호빗광. 현자회의 수치다.
자기는 호빗을 낚았는데 나는 고작 눈동자 같은 것하고나
데이트하고 있다는 걸 일러주며 자랑하고 싶어했음.
좋다. 백색의 사루만은 이런 취급은 참을 수 없다.
간달프에게 내 마법사 레슬링 페더레이션에서의
동작을 선보였다. KO 시켰음. 앗싸 좋구나.

13일째:
간달프를 괴롭히자고 계단 8백만개를
오르락내리락 하자니 신물남.
좀 가까운 던젼에 가둬놓고 편하게 괴롭힐 걸 그랬다.
그럼 아침밥 꼭꼭 챙겨먹고 기력 낼 필요도 없을 텐데.

14일째:
누가 오크들한테 껌 뱉고 다니는 거야? 솔직히 불어.

15일째:
열심히 놀려먹고 있는 와중에 간달프가 탈출했다.
뭐 좋음. 이제 매일 등반을 하지 않아도 됨.

16일째:
팔란티르 시청중. 간달프는 단체로 캠프 여행을 간다고
야단법석임. 일행은 호빗 넷, 누렁이 엘프 하나, 꽤 삼삼한
인간 하나--이런 젠장, 아라손의 아들 아라곤이잖아.
아직도 왕이 아니라며 징징거리길래 아이센가드 밖으로
쫓아냈었는데. 그러고는 수상한 인간이 하나 더 있고,
털북숭이 도롱뇽같아 보이는 동물도 한 마리 있다.
어쩌면 드워프일지도 모름.

엄청난 건달패로다.

20일째:
아이센가드 지하 동굴에서 오크와 고블린을 교배했다.
오크와 고블린은 저녁식사와 꽃이라는 응원책을 써서도
교배시키기 만만치 않은 족속들이라, 아주 지루한 경험이었음.
다음엔 좀 더 쉬운 길을 찾아봐야겠음. 고블린이랑
치어리더들을 교배시켜서 최고 발랄한 군대를 만든다던지...
그럼 낮에 진군할 수도 있을 테고, 분홍색 유니폼이 싫다고
투덜거리지도 않겠지.

22일째:
사우론을 위해서 악마 군대를 만들겠다고 했을 땐
이렇게 일이 지저분해질 줄 몰랐음.
백색의 사루만이 되겠다던 결단을 저주함.
진흙색의 사루만이라든가, 푸르딩딩한 사루만이 될 것을.
흰색 옷은 진흙 튀긴 게 고스란히 티가 난다.

24일째:
팔란티르를 계속 들여다보다 보면,
간달프의 뾰족모자 트릭을 볼 수 있을지도?

25일째:
간달프가 뾰족모자 마술을 해버렸다!
반지 운반자는 대단히 감명을 받은 듯.
아라곤은 분명 반지 운반자의 바지를 벗기고 싶어한다.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샘 손에 죽을 거다.

26일째:
털달린 도롱뇽이 드워프라는 건 거의 확실함.
드워프가 호빗 하나랑 [헬멧 숨기기]를 하는 걸 발견했다.
또 다른 인간 하나는 곤도르 사람 보로미르인 것 같다.
미니스 티리스의 섭정관한테 달려가서 "곤도르"는 꼭
"고나드(생식선(性腺))" 같이 들리니 좀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어 환장했던 건
나 한 사람뿐일까? 나뿐일지도...

28일째:
우르크-하이 출장 완료.
오늘 원정대를 약간 들여다봄. 보로미르가
제일 작은 호빗한테 "곤도르의 뿔나팔을 불어 보라"고 권했다.
제2기 때 발록과 간달프를 이어줬더니만 간달프가 발록한테
레스토랑 계산서를 떠넘기고 튀었던 일 이후로 이렇게
심하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 팔란티르 최고임.
케이블 TV보다 훨 나음.


THE VERY SECRET DIARY OF
GIMLI, SON OF GLOIN

글로인의 아들 김리의 비밀일기

1일째:
으르릉. 크오.

2일째:
리벤델에서 안절부절못함.
엘프들 사이에 끼어 있자니 소화가 안 됨.
엘런드에게 방을 2층으로 옮겨달라고 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호빗들이 향초를 켜 놓고
목욕하는 게 보이기 때문임. 웃기는 짓거리임.
어젠 딸기비누 물벼락을 맞았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수염이 이제 부드러워져서 윤기가 난다는 이점이 있다.

3일째:
엘런드가 방을 옮겨주려 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또
호빗들과 마주쳤음.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는 중인가?
근친교배의 얼간이 무리 같으니. 그것들이
제대로 된 수염을 기르지 못하는 게 당연함.

7일째:
아라손의 아들 아라곤이 호빗광이 아닌가 의심됨.
발에 털난 가죽 반바지 차림의 난쟁이들 때문에
섹시한 엘프 약혼녀는 아주 안중에도 없음.
다행히도 나, 글로인의 아들 김리가 여기 있어
외로운 그녀를 돌봐 주리라.

조금 후:
엘프 여인은 내 귀를 덥혀주기 딱 좋은 키다. 으하!

9일째:
모험을 떠나기로 함. 아르웬은 지독한 집착을 보였음.
그러나 나, 글로인의 아들 김리는 한 곳에 묶이지 않으리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의논하며 리벤델에 머무느니
민감한 호빗이나 간들거리는 엘프들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낫겠음.

13일째:
카라드라스 정상 아주 추움. 누가 호빗을 산으로
지고 갈 것인가에 대해 큰 싸움이 있었음.
레골라스한테 제대로 머리 땋는 법을 가르쳐주느라고
바빴던지라 가담하진 않았음.
아라곤이 반지 운반자를 집어들어
자기 배낭 속에 쑤셔넣자 싸움이 끝났음.
잘 하는 짓이다, 이실두르의 후계자여.
반지 운반자를 질식시켜라. 정말 이 사람들은...

14일째:
모리아의 광산. 약간의 계산 착오가 있었던 듯.
사촌 발린은 적어도 60년 전에 죽었던 모양임.
모리아 친척들로부터 크리스마스 카드가 온 지도
꽤 되었으니 진작 알아차려야 했는지도 모름.
하지만 어떻게 모든 걸 다 기억하고 사나.

15일째:
간달프가 그림자 속으로 떨어졌다. 일행은
슬픔을 나눈다는 핑계로 바위 위에서 호빗들을 껴안아댔음.
보로미르의 남성적인 포옹을 받았음.
하지만 곤도르의 뿔나팔이 내 명치 부위를 계속 찔러댔음.
최소한 그게 곤도르의 뿔나팔이었기를 바람.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음.

16일째:
아라곤이 프로도한테 빠져 있다고 레골라스가 얘기해줬다.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샘 손에 죽을 거다.
레골라스에게 우린 색마 말고 다른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음. 그러자 레골라스는 자기와 함께
목욕하겠느냐고 물었음. 그 구구한 엘프의 싯귀들과
남자들간의 위대한 전사적 유대라는 게 그저
거대한 은폐전략이 아니었나 의심하기 시작함.

20일째:
로스로리엔. 갈라드리엘은 꽤나 삼삼함.
호빗들이 사라지고 보로미르가 아라곤을 쫓아다니고
있던 동안, 그녀에게 드워프 트릭을 몇 개 시연했다.
뭐 특별한 건 없고, [헬멧 숨기기]와 [광산 파기]정도만.
켈레보른만 빼곤 모두 대만족이었음. 다시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녀가 켈레보른이었던 것 같기도 함.
엘프들은 잘 구별할 수가 없음.

22일째:
로스로리엔을 떠남. 며칠째 보트에서 노만 젓고 있음.
아주 외로워지고 있음. 호빗들은 그렇게 나쁘지 않음.
아줌마 머리를 했는데도 사실 꽤 귀여움.
프로도 옆에 가려면 샘한테 무릎을 물리기 십상이고,
피핀은 보로미르와 데이트 중이므로, 메리한테 오늘 밤
달빛을 받으며 산책이나 하자고 물어봐야겠음.
남자들간의 전사적 유대 만세.


THE VERY SECRET DIARY OF
MERIADOC BRANDYBUCK

메리아독 브랜디버크의 비밀일기

1일째:
파티에서 불꽃놀이를 하다가 말썽을 일으킴.
사실 간달프는 딱히 화가 났다기보다는,
이걸 구실로 해서 우리 어린 호빗 소년들이 땀투성이로
물에 젖은 모습을 보려 했던 게 아닌가 의심스러움.
설거지 벌이 [간달프의 지팡이 닦기] 벌로 이어지고,
그 다음엔 [간달프의 발 마사지] 벌에서 [양배추 밭에서
벌거벗고 등넘기] 벌로 이어지자 의심은 더욱 더 커졌음.
내 말은, 정말 그 영감 누굴 갖고 놀려고 드는 건가?
특히 그 발 마사지 말이다.

2일째:
딱 내 취향인 당근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일진이 좋았음.
피핀이 양배추 여섯 개, 감자 두 부대, 옥수수 세 자루를
훔쳐냈을 때까지만 해도 더더욱 일진이 좋았음.
하지만 피핀이 좀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았나 생각함.
내 말은, 옥수수 두 자루까지야 거뜬히 가져갈 수 있었겠지만,
아침밥 먹기 전엔 무리였단 말임.

옥수수 밭에서 내리막길을 내려가던 와중
프로도랑 부딪쳤음. 웁스, 그 대가로
충직한 하인 샘과도 부딪쳤음.
피핀은 프로도를 계속 껴안고 있으려 했으나 샘이 방해했음.
샘은 또 굉장히 놀라운 타이밍으로 피핀을
절벽 아래로 굴러뜨렸음.
잇따른 난투 중 당근이 부러졌음. 몹시 슬픔.

3일째:
프로도, 샘, 피핀과 함께 들판을 가로질러감.
한물 간 검정색 의상을 껴입은 극성쟁이 흑기사들에게 쫓김.
회색의 간달프에게도 전에 충고해준 바 있지만,
흑-백 모드는 진짜 촌스러움.
프로도는 옛날 애인들한테서 도망치는 거였을까?
아직 정리 못했나? 요즘 호비턴에서 호빗 스워핑이
크게 유행한다고 들었음. 내가 그런 걸 하고 싶단 얘긴
아니지만.

5일째: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짐. 브리에 머물렀다가 면도도 안 하는
반정부적 인간한테 픽업됐다. 인간은 변태 호빗광임이
분명한데, 아무도 내 얘길 듣지 않는다. 우리들의 안락한
숙소로 돌아가는 대신 자기 방에서 침대를 같이 쓸 것을
주장했음. 그리고는 침대에서 광란의 호빗 4p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인지 밤새 서성거렸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대신 피핀이 샘을 타고넘어
프로도 쪽으로 가려는 걸 막느라 밤새 피핀의 허리띠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피핀, 죽기 전에 원이라도 풀자는 건가?

6일째:
호빗광 인간이 간지럼을 태워서 아주 불쾌한 와중에 깨어났음.
당장 집어치우라고 말했더니 남자는
"어젯밤하곤 얘기가 다르잖소" 라며 항변했음.
잠깐 어리둥절했으나, 남자가 나를 피핀으로 착각한
것이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음. 설명했음. 인간은
엄청 당황하더니 "사실 난 왕이 될 거라오." 라고
변명한 다음 슬슬 물러났음. 그래.
그럼 난 머크우드의 엘프 여왕이다.

7일째:
리벤델. 욕실 바로 옆방을 쓰고 있음. 물 끼얹는 소리가
밤새 들리고, 딸기향 비누 때문에 바닥은 온통 미끌미끌함.
어젯밤 잠시 깼는데 엘런드가 내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온 것을 발견했음. 자기가 이불 속에서 더듬던
호빗이 피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자 엄청 당황하더니
빠져나갔음. 이름표를 장만하기로 결심했음.

9일째:
특수 엘프 접착제를 써서 당근을 고쳤음. 만세!

11일째:
피핀을 감시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로 했음.
또한 프로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궁금한데,
아라곤이 프로도를 마음에 들어하는 게 명백하기 때문.
물론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샘 손에 죽겠지만.

아라곤이 무슨 짓을 하길 바람.

15일째:
보로미르가 칼싸움을 가르쳐 줌. 고루한 수작.
진짜 노골적임. 언제나 칼을 자기 바지 속에 빠뜨리고는
우리들한테 꺼내달라고 부탁함.
오늘 보로미르가 프로도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는데
아라곤은 거의 보로미르의 목을 따려고 들었음.
인간들은 너무 재밌다.
오늘 아침에 엘프가 운동하는 걸 피핀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가지(eggplant)를 미끼로
겨우 주의를 돌렸음. 야채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음.

16일째:
보로미르가 산책하러 가자고 청했음.
그 구닥다리 곤도르의 뿔나팔 트릭에는 안 넘어간다.
안 넘어가. 안 넘어가. 으, 제기랄. 이번만임.

19일째:
기분이 나쁨. 보로미르가
아주 나쁜 타이밍에 날 피핀이라고 불렀음.
나는 메리이고, 우리들은 지난 3주간 의미 있는 관계를
쌓아 왔다고 지적해 주었으나, 보로미르는 그저
소리내 웃더니 내 머리를 토닥거렸음.
보로미르 또한 나와 피핀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음.
로맨스에 있어서도 나는 영원히 식별 불가능한
백업 호빗으로 남겨질 운명인가 봄.
드라마틱한 머리 모양을 고려중.
어쩌면 모호크족 머리형이 좋을지도 모르겠음.

20일째:
모호크족 머리를 했으나, 모리아의 광산은 아주 어두운지라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음. 피핀을 제대로 감시하기 힘듬.
자다 깨 보니 레골라스가 내 이불 아래로 슬그머니
들어와 있었음. 나는 피핀이 아니라고 말해줬음.
레골라스의 대답은 "별 차이도 없는데 뭘".
엎치락뒤치락하던 중에 당근을 또 부러뜨렸음.
고쳐달라고 간달프한테 갖다줬음.
간달프는 "투크의 바보녀석 같으니!
네 야채를 고치는 것말고도 난 할 일이 많다!" 라고 말했음.
뾰족모자가 무서웠던지라 간달프의 실수를
정정해주진 않았음.

22일째:
간달프가 그림자 속으로 떨어졌다.
당근도 가져갔음. 엄청 화남.
최선을 다해 피핀을 위로했는데, 이미 레골라스의
뮤지컬 실마릴리온 누드 공연 덕분에 엄청 기운이 난
모양이었음. 너무 자극이 강해서 난 끝까지 보기 힘들었음.

28일째:
로스로리엔. 어젯밤 50명 이상의 엘프 및 우드척 한 마리의
방문을 받았고, 내내 내가 피핀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했음.
물론 피핀은 어디론가 사라졌음. 아마 보로미르와
노닥거리는 중일 터. 뭔가 조치를 취해야만 함.
우드척은 지독하게 끈덕졌음. 차라리? 안돼, 그럴 수야 없지.

30일째:
오크들에게 유괴됨. 모두 계획대로임.
탈출하려면 미인계를 써야 할 거라고 피핀한테 얘기해줬음.
피핀은 기쁜 듯. 탈출하려면 나부터 꼬셔야 할 거라는
뜻이었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자. 그리고,
보로미르가 안 볼 때 그 인간한테 커다란 노란색 과녁을
그려넣은 상으로, 오크들이 쌔끈한 새 당근을 줬음.
전부 종합하면 아주 일진 좋은 날임.


THE VERY SECRET DIARY OF
RINGWRAITH NO. 5
반지의 망령 No.5 의 비밀일기

1일째
사우론한테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풀었음.
진짜진짜진짜 예쁜 반지다!!

1,000,967일째
크리스마스 보너스로 어둠의 군주로부터
초콜릿 한 상자를 받았음.
언제나처럼 사우론이 태피맛은 다 먹어치웠고,
딸기크림맛만 남겨뒀음.
이런 치사한 노예같은 삶이라니, 이제 지긋지긋함.

아직도 육체가 없음.

1,001,056일째
바랏-두르. 무지 심심함.
오크들과 스크래블 게임을 하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음.
오크들이 모르도르의 암흑의 언어만을 아는지라 되게 짜증남.
당신같으면 "Azg" "Nazg" "Gimbatul"이라는 스펠링을 대서
트리플 스코어를 낼 수 있겠어? 아니, 절대 못할걸.
(역주: Scrabble-알파벳 블록을 랜덤하게 뽑아 배열해서 단어를 만드는 게임)

1,001,102일째
사우론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음.
예식용 반짝이 마스카라를 바르고 있는 걸 마주쳤음.
자기 육체를 되찾고 다시 제대로 옷을 입고 다니게 된다면
진짜로 행복해할 것 같음.

1,001,105일째
사우론이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게 확실함.
출격을 나가서 지배반지를 갖고 있는 호빗과
그 호빗 친구들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받았음.
지배반지의 사진을 우유팩 뒷면에 실은 다음
제보를 기다려 보는 게 어떠냐는
앙그마르 마법왕의 의견은 기각됐음.

1,001,106일째
진짜 쌔끈한(spankling) 새 말을 받았음.
물론 SM(spanking)용은 아님. 만세!
부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직도 육체가 없음.

1,001,107일째
간밤에 반지 운반자를 거의 붙잡을 뻔했는데,
반지 운반자랑 그 세 명의 동료들의 엄청난 귀염성을 보고
우두머리 나즈굴이 미친 듯 낄낄거리는 동안 놓쳐버렸음.

간달프는 반지 운반자를 불굴의 영웅심보다는
파랗고 큰 눈과 도톰한 아랫입술 때문에
고른 게 아닌가 의심스러움.

미소년 호빗과
그의 파인트 사이즈 남자친구들의 하렘을
브리에서 따라잡을 예정임.
살육전 이후의 술잔치 매우 기대됨.

1,001,109일째
빌어먹을 아라곤. 이실두르와 그 후계자들이여 저주받으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변태 호빗광의 가계같으니.
아라손의 아들이 반지 운반자를 유괴했음.
사우론의 목표를 망쳤다는 실망감을 이겨낸다는 명목으로
하룻밤 내내 브리에서 술을 퍼마셨음.
브리 사람들은 대단한 정보통임.
섭취 알코올: 마이타이 10잔.
(그 다음엔 여관 주인을 칵테일 스틱으로 찔러박았음)
죽인 인간 수: 17. 앗싸.

1,001,115일째
이실두르의 후계자와 호빗 떼거리를 6일째 쫓아가는 중.
아라곤은 반지 운반자에게 푹 빠진 게 분명함.
무슨 짓을 하려 든다면 샘 손에 죽을 것임.

1,001,116일째
폭풍산. 반지 운반자 앞에서 좀 오버해서 까불거렸음.
아라곤이 심사가 뒤틀려서 독점욕을 보이더니
나한테 불을 놓았음.
그리고 과연, 샘 손에 죽을 뻔했음.
무릎을 프라이팬으로 얻어맞았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지만.

1,001,119일째
오늘 이실두르의 후계자의 엘프 여자친구를 만났음.
호빗광 아라곤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엄청 웃느라,
불행하게도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버렸음.
말 전멸. 갑옷 전부 녹슴.
모르도르로 돌아가서 오일을 발라야 함.
아니, 그 오일을 바르는 게 아니라니까.
당신 변태 망령광이야? 그렇지?


THE VERY SECRET DIARY OF GOLLUM

골룸의 비밀일기

1일째
안개산맥에서 열린다는 익명의
변태 호빗광 모임에나 나가볼까 하고 잠깐 들렀는데,
그게 사우론의 부비트랩일 줄이야.

멍청이같은 사우론.

5일째
바랏-두르의 오크들한테 포로로 잡혀 있음.
그것들이 반지가 어디 있는지 말하라며
내 눈앞에서 계속 [플리퍼]를 틀었음.
(역주: Flipper-일라이저 우드(프로도 역)가 출연한 1996년作 돌고래 영화임)
빌어먹을. 사악한 고문기술이 수천년에 걸쳐 진보한 모양임.
굴복할소냐. 굳세게 버티리라.

6일째
오크들이 [패컬티]를 트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역주: The Faculty-역시 일라이저 우드가 출연한 1998년作 SF 호러 코미디 영화)
참을 수 없음. 반지가 어디 있는지 불어버렸음.

8일째
모르도르 탈출. 샤이어로 떠남. [주간 샤이어]에 낸
개인광고에 아무도 연락을 주지 않아서
지난 몇 주간 굉장히 실망했었음.
"이빨 없고 냄새 고약한 녹색 생물.
파란 눈에 곱슬머리 호빗을 찾고 있음.
다음 사항에 하자가 없어야 함:
어두운 데서 웅크리고 있는 것, 보석 애호,
스스로를 3인칭으로 부르는 것.
흡연자 사절."

10일째
결국 리벤델에서 반지 운반자를 따라잡았으나,
등빨 좋은 시중꾼이 계속 반지 운반자를
욕조 속에 반 익사상태로 밀어넣고 있는지라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음.
또한 예의 돌고래 영화를 300번 넘게
강제로 봐야했던지라 물 공포증이 생겼음.

우웩. 딸기향 비누. 딸기는 질색임.

11일째
정원 장식품으로 위장하고
엘런드의 회의에 잠입하려 했으나 실패.
왕짜증인 글로핀델 때문에 창고 벽장에 갇혔는데,
엘런드가 거울 앞에 서서는 아르웬의 드레스를 죄다 입어보며
제일 예쁜 건 레골라스가 아니라고 중얼중얼대는 소리를
몇 시간 동안 고스란히 들어야 했음.
인간이 인간다웠고 드워프가 드워프다웠으며
엘프들은 바지를 입고 다녔던 옛날이 그리움.
레골라스의 부츠와 스커트 앙상블은 별개지만.

13일째
원정대를 따라 리벤델을 떠났음.
당신한테는 보라색이 안 어울린다는 편지를
엘런드에게 익명으로 보냈음.
분노의 비명소리가 로한 협곡까지 울려 퍼지리라 예상됨.

15일째
아직도 인간들이 구닥다리 곤도르의 뿔나팔 송신장치를
사용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음.
저 웃기는 모양의 뿔나팔 때문에 섭정관이
곤도르의 실로폰 계획 원안을 폐지했던 때가 기억남.
왜 그랬는지 이제 그 까닭을 알겠음.

곤도르의 뿔나팔 같은 게 없는
이실두르의 후계자에겐 참으로 안된 일임.
(호빗들은 그의 수염 컬렉션에는 무관심함)
프로도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게 명백한데 말이다.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샘 손에 죽을 것임.

30일째
카라드라스 정상 아주 추움.
다들 프로도를 지고 올라가고 싶어함.
나를 지고 올라가고 싶어하는 이는 아무도 없음.

레골라스의 배낭 속에 잠입했지만
그 엄청난 기생오라비 취향 때문에 속이 좋지 않음.
엘프 헤어케어 제품 컬렉션에다가 온통 오바이트를 해놨음.
레골라스가 알아차리지 않길 바람.

31일째
모리아의 광산은 아주 어두움. 째리기도 나쁨.
레골라스가 자기 배낭의 상태가 어쩌니
모리아의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나쁘니
시끄럽게 불평하는 소리를 따라서 움직이고 있음.
간달프는 레골라스가 보지 않을 때 머리카락에 껌을 붙였음.
간달프 꽤 마음에 듬. 언제나 껌을 상비하고 있음.

33일째
깔끔한 지하 독신자 아파트에서 발록과 마주쳤음.
발록 아주 의기소침함. 아직도 간달프를 짝사랑하고 있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둘이 함께 의논하는 것이며,
비록 간달프와 발록이 서로 엄청 다르고,
상대방과 정반대인 가치체계와 라이프스타일을
지니고 있긴 하나, 그렇다고 연애를 할 수 없는 건
아니지 않냐고 간달프에게 이야기해 보라고 했음.
발록은 내 말이 무익한 뉴에이지 식의 허풍같다고 말했다.
발록에게 제2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도록 하라고 충고했음.

34일째
발록-간달프 회담이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아서,
둘 다 유혈사태 속에서 죽었음.
난 타고난 중매쟁이는 못 되는 모양.

바위 위의 호빗 포옹 잔치를 숨어서 구경함.
내가 기형이고 진흙투성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날 껴안고 싶어하지 않음.
엄청 불공평함. 김리도 미남이 아니긴 마찬가지인데
보로미르한테 열렬한 애무를 받지 않는가.

36일째
로스로리엔. 식별 불가능한 백업 호빗들을
반지 운반자한테서 떼어내려고 여기저기 당근을
놓아두었는데, 레골라스가 당근을 가져다가 얼굴
마사지 팩으로 써버리는 바람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음.
아라곤은 레골라스에게 얼굴이 당근 팩 투성이인 채로
같이 다니는 건 당혹스럽다고 말했음.
레골라스는 자기가 하나도 회춘하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아라곤은 레골라스가 더 늙지도 않지 않냐며 지적해줬음.

39일째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 견딜 수 없다.
반지 운반자를 모르도르에서 스토킹하러 떠남.
반지 운반자의 손가락을 물어뜯고 반지를 훔친 다음이라면,
나와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음.
먼저 샘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봐야겠음.


THE VERY SECRET DIARY OF
ARWEN UNDOMIEL

아르웬 운도미엘의 비밀일기

1일째
오늘 아라곤이랑 깨졌음. 분명히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잠옷을 사달라고 했는데, 아라곤은
그 대신 도자기 담뱃대랑 반바지를 선물하려고 했음.
아라곤을 리벤델 바깥으로 쫓아냈음.

2일째
무료하고 외로움. 아라곤을 쫓아낸 게 후회됨.
둘만 있을 때 아라곤이 나한테 곱슬머리 가발을 씌우고
무릎을 대고 걸어다녀 달라고 한 게 뭐가 어쨌단 말인가?
다른 인간들도 분명 다른 괴상한 심리장애를 갖고 있을 텐데.
내가 엘프 남자들에게 끌렸다면 좋았겠지만,
제2기 때 내가 자기 헤어스타일을 따라한 게 아니냐며
추궁을 당해서 글로핀델과의 사이가 파탄났던 이후로
내 종족에 대해선 포기했음.

3일째
누가 또 내 드레스들을 입어봤다.
전부 다 늘어나서 모양이 망가졌음.
보라색 드레스가 제일 심함.

6일째
레골라스한테 왜
내 드레스를 입어봤냐고 캐물었더니 엄청 화를 낸다.
내가 자기 남성성을 모욕했다고 한다. 뭐, 남성성이라고?

11일째
레골라스는 아직도 삐져 있음.
그 드레스 건 때문에 다른 엘프들이 자길 놀려댄다고 함.
자기를 이제 남자로 진지하게 대우해주질 않는다고.
지난번 회의에서 아빠가 레골라스를 "사상 최고로
게이스러운 게이 엘프"라고 호칭했었는데, 그 때 자리에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알아듣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레골라스가 아주 예쁜 건 사실이지만, 머리는 나쁘다.

13일째
너무너무너무 심심함.
모험 내지는 쇼핑을 하러 리벤델을 떠날지도 모름.

15일째
로한 협곡(Gap of Rohan)까지 가봤지만
로한엔 갭 매장이 없었음. 바나나 리퍼블릭마저도.
(역주: Gap과 Banana Republic 모두 옷 브랜드임)
허위광고다!

17일째
브리로 감. 발리만한테 요즘 아라곤을 본 적 없냐고 물었음.
발리만은 "뭐, 그 변태 호빗광 말이요?"라고 말했음.
다른 아라손의 아들 아라곤을 말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으나,
"[아직도 왕이 아님]하는 그 남자 말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나랑 대화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간들이 종종 있기에.

18일째
아라곤을 이틀째 따라다니고 있음.
예전엔 호빗들을 이만큼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음.
갑자기 곱슬머리 가발과 의족의 유래가 이해가 되는 순간임.
아주 짜증남. 점점 열받는 중.

20일째
내가 옆에 없을 땐 아라곤은 머리도 감지 않는단 말인가?

24일째
아라곤이 골수 변태 호빗광이라는 건 공식적인 사실임.
프로도라는 파란 눈의 호빗한테 푹 빠진 게 분명함.
무슨 짓을 하려 든다면 샘 손에 죽을 거다.

25일째
샘이 약초를 찾아다니는 걸 낚아챘음.
샘에게 포크와 고무줄만을 사용해서도 인간 남자를
신속하고 조용히 살해할 수 있다는 걸 설명해줬음.
샘을 돌려세워서 아라곤 쪽으로 밀어냈지만...아아, 실패.
"하지만 프로오오도님을 보호하려면 그 남자가 필요한걸요,
무서운 엘프 아가씨."

불평쟁이 꼬마 호빗같으니. 인내심이 바닥남.

26일째
결국 직접 아라곤을 손봐주기로 했다.
그 사기꾼의 목을 따려는 참이었는데
반지 운반자의 엄청난 신음소리가 들려서 주의가 흩어졌음.
이 한입짜리 호빗 영웅을 조랑말로 유괴해 가는 걸로
아라곤을 괴롭히기로 결심했음.

호빗 꼬마는 사실 꽤 귀여움. 젠장.

호빗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다니 믿을 수 없음.
스스로에게 되뇌다. 초연하라, 엘프의 공주여.
게다가 반죽음 상태로 푸르딩딩한 호빗에
정신이 혼미해지다니 더더욱 믿을 수 없음.

27일째
반지의 망령들에게 쫓김. 진짜 재미없음.
리벤델로 떠남.

29일째
정말이지, 샘이 계속 옆에 붙어있어서
반지 운반자한테는 다가갈 수조차 없음.
게다가 호빗들의 숙소를 둘러싼 나무울타리 주변을
아라곤이 슬금슬금 맴돌고 있는 걸 붙잡았음.
아라곤은 자기가 잃어버린 나르실의 파편을
찾아다니던중이었다고 주장했음.

30일째
호빗들은 정말 민폐임.
주방 직원들은 당근이 떨어졌다며 난리.
욕실 담당 직원들은 딸기향 버블바스가 떨어졌다며 난리.
레골라스는 내가 회의에 참석하면 자기가 제일 예쁜 엘프가
못 될 테니 날 못 가게 하겠다고 난리.
특히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함.
어제 근심스럽게 자기한테 보라색이
어울리는 것 같냐며 내 조언을 구했음.
물론 "아뇨, 아빤 이제 확실히 갱년기잖아요."라고 대답했음.

33일째
예쁘게 차려입고 다리 위에서
하루종일 서성거리는 참에 아라곤이 지나갔음.
직빵으로 아라곤의 호빗 도착성향을 추궁했음.
아라곤은 이실두르도 변태 호빗광이었고,
자기도 관습에 따라 경력을 쌓으려는 것뿐이라고 말했음.
"당신은 이실두르의 후계자이지, 이실두르 본인이 아니야."
라고 말해줬음. 그에 대한 아라곤의 대답:
"당신이 조금만 더 키가 작고, 발이 컸더라면..."

40일째:
김리와 뜨거운 밤을 보냈음.
그 땋은 머리에 멋진 도끼! 홀딱 반했음.
이제 나한테 필요한 건 호빗이 아니라 드워프임.
뭐, 어쩌면 마지막으로 샘이 프로도를
목욕시키는 걸 보러 들를지도 모르겠지만.
아라곤의 주머니에서 욕실 열쇠를 슬쩍한 게 아깝잖은가.


THE SECRET DIARY OF SAURON

사우론의 비밀일기

1일째
보라색이 안 어울린다는 얘길 했다가
엘런드와의 뜨거운 주말이 파토났다.

5일째
인간족과 간들거리는 엘프의 마지막 동맹에 맞서서 진군했음.
보라색 코멘트 때문에 엘런드가 복수를 하려는 게 틀림없다.
내가 그 말을 취소할 줄 알고! 엘런드가 보라색을 입으면
꼭 가지 같아 보인다고 말했었고, 또 그게 사실임.
그런 것 갖고 그렇게 삐질 건 없잖아.

6일째
인간과 엘프의 마지막 동맹한테 패했다는 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육체를 잃어버리고 눈알 형태로 변했다는 게
나쁘다는 것도 아님. 비자인 용액은 도움이 되겠지만서도.
하지만 여기서 양파를 썰어댄 건 대체 누구의 잘난 생각이야?
(역주: 비자인Visine - 유명한 안약 상표)

-조금 후-
이 망할 오크들의 어니언 딥 애호벽같으니라구.
오크들의 나이트 조명을 압수했음.
크, 악의 편이 되는 건 너무 재밌다.
(역주: 어니언 딥 - 크림치즈와 양파 등으로 만든 소스. 스낵에 찍어먹는다.)

3,000,005일째
심심함. 제2기 이후로 계속 [미들어스링크]의 직원이 와서
바랏-두르에 DSL을 설치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음.
외로우니까 짝찾기 광고 대용으로 팔란티르를 써야겠음.

3,000,007일째
내 크고-막대하며-험악하게-불타는 눈에 신제품
뱃머리 장식같이 생긴 게 잡힌다. 앙마르 마법왕의 말로는
호빗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귀여움.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면
요즘 내가 외모 운운할 처지가 아님.

3,000,009일째
크악! 저 꼬마놈이 내 반지를 가지고 있잖아!

-조금 후-
아홉 나즈굴을 보내서 반지를 찾아오게 했음.
아홉이서 아까 그 덩신들을 잘 처리해야 할텐데.

3,000,011일째
팔란티르로 아주 괜찮은 남자를 만났음. 꽤 연상인 듯함.
갈라드리엘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한 것 같긴 하지만 뭐
상관없다. 나를 나 자신으로서 좋아해 주는 것 같음.
결국 눈알 이면의 나를 알아주는 상대를 만난 것임.
반짝이는 머리핀을 한 상자 보내줘야겠다.

3,000,013일째
사루만에게 와서 저녁식사나 같이 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겁이 나버려서 대신에
군대를 양성하자는 등의 헛소리를 했음. 그래도 사루만이
바이올린을 연주해서 오크와 고블린 남자들이 로맨스를
불태우도록 하는 걸 구경하는 일은 꽤 재미있으니까,
당분간 오해는 풀지 말고 놔둬야겠음.

3,000,016일째
사루만이 귀머거리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움.
우리 관계를 확실히 밝히고 넘어가면(delineate) 좋겠다고
말했건만, 그 대신 아이센가드를 확실히 벌목했음(defoliate).

3,000,020일째
뾰족모자를 쓴 수염난 놈팽이 하나가 내 앞길에
끼어들려고 한다. 흠. 옛날 남자친구인가?
사루만이 그 놈을 손님용 침실에 넣지 않았나 생각함.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 사루만한테 물어봐야겠음.

3,000,021일째
엘런드가 특유의 끔찍 파티를 열고 있음.
왜 날 초대하지 않았지?
고작 내가 몸이 없어서 레골라스랑 트위스터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날 푸대접할 수는 없을 텐데.
(역주: 트위스터Twister - 바닥에 종이 깔아놓고 앉아서 뭉개는 게임의 일종)

3,000,022일째
팔란티르를 통해 반지 원정대를 보고 있음.
반지 운반자가 진짜 예쁘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그 감성적인 눈에 조그만 털북숭이 발이라니.
지금 몸이랑 샤워캡을 구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줘버리겠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든다면 목욕 강박증이 있는
그 동료 호빗의 손에 죽겠지만.

3,000,023일째
심심 심심 심심함, 그래서 오늘은 종일 팔란티르를 시청했음.
모리아, 좋은 곳이지. 거기에서 늘 휴가를 보내곤 했었는데.
사루만의 옛날 남자친구인 뾰족모자는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 밥에게 그들을 째리도록(eye out) 지시를 내렸음.
내 말은 잘 지켜보라는(look out) 뜻임. 그러니까...우씨 젠장.
(역주: 밥 - 발록의 애칭인 듯;)

3,000,024일째
밥에게서 전언이 없음. 우울해하고 있는 것 같음.
밥의 연애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음. 언제나 흐느끼면서
일기를 쓰고 있음. 지독하게 감수성 예민한 악마 타입임.
절대 쓸모 없음.

3,000,025일째
사루만의 뾰족모자 남자친구가 그림자 속으로 떨어졌다.
경쟁자가 사라졌도다! 반지 운전자가 침울해하고 있음.
아라손의 아들 아라곤이 반지 운전자를 격려한답시고 뭔가
해보리라고 생각됨. 아라곤은 분명 변태 호빗광 같은 게
틀림없음. 누메노르의 피가 소멸한 게 그것 때문이었군.

3,000,026일째
원정대는 로스로리엔에 있음.
오 맙소사, 갈라드리엘 갈라드리엘 갈라드리엘.
언제나 모든 게 그 여자 때문이었지. 사우론, 내 발톱에
매니큐어좀 칠해줘. 사우론, 내 머리카락 만지지 마.
사우론, 나 예쁜 반지가 갖고 싶어. 그런 다음엔 끈적한
멍청이 켈레보른하고 도망까지 쳐버렸었다. 하지만 장담컨대
켈레보른은 힘의 반지를 스무 개나 만들 수는 없을걸.

갈라드리엘과 레골라스 사이에 있었던 미친x 싸움은
물주전자를 들고서도 누가 더 잘 간들거리면서 돌아다니나
하는 것 때문이 아니었나 의심스러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눈알을 굴리지 않을 수 없음. 이제 운명의 산에 지피 팝을
집어넣고 불꽃놀이를 볼 시간임.
(역주: 지피 팝Jiffy Pop - 주로 캠프파이어용으로 해먹는 팝콘)

-조금 후-
세상에, 켈레보른한테 껄떡대는 저 드워프 좀 보시게나.
정말이지 중간계에서 300만년을 살았지만 아직까지도
놀랄 일이 생긴다니까.

3,000,029일째
드디어 전투란 걸 하게 되었음. 죽은 오크 수: 400, 아주 나쁨.
죽은 인간 수: 1. 잘한다 우르크-하이!

내 생각이 오버한 건가, 아니면 아라손의 아들 아라곤이
게이인 건가?

내가 오버한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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