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캐나다人 변장’ 인기
“미국인이어서 시달린다고요? 그럼 캐나다인인 척하세요.”
해외에 갈 때 캐나다인으로 ‘변장’하는 미국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모처럼 시간을 내 해외여행까지 왔는데 가는 곳마다 반미감정을 드러내며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캐나다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조용한 휴가를 위해 캐나다인이 되는 것도 상관이 없다는 식이다.
관련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 뉴멕시코의 티셔츠킹닷컴(T-shirtking.com)이라는 회사는 ‘캐나다인 되기’라는 패키지 상품(사진)을 내놨다. 캐나다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 옷깃핀, 가방에 부착하는 휘장 등이 한 세트에 24.95달러(약 2만6천원)이다. 지난달 12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 상품은 근 2주 동안 200여개가 팔려나갔다.
캐나다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주는 안내책자도 준다. 여기에는 ‘캐나다인처럼 말하는 법, A~Z까지’와 캐나다 간편 상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호그타운(Hogtown)은 토론토를, 카우타운(Cowtown)은 캘거리를 의미하며 화장실은 ‘toilet’이 아니라 ‘washroom’, 승강기는 ‘elivator’대신 ‘lift’라고 해야 한다.
티셔츠킹닷컴 사장 빌 브로드벤트는 “미국이나 캐나다 어느 한쪽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조용히 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인기’는 미 대선과 맞물려 급상승했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캐나다 정부 이민사이트에는 ‘부시의 미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의 문의글이 빗발쳤다. 민주당 지지자이자 뉴멕시코 대학 강사로 일하는 대니 딜라니는 “이 상품을 보자마자 구입했다”며 “캐나다로 이민이라도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숙기자 sook97@kyunghyang.com〉
경향신문 2004-12-08 17:5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