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직면하고 싶지 않은 위험이 있을 때 가장 해로운 공포가 생긴다. 이상한 순간에 무서운 생각이 마음 속에 스며든다.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만, 누구에게나 몰래 스며드는 공포가 있다. A라는 사람은 암이, B라는 사람은 경제적 파산이, C라는 사람은 추악한 비밀의 발견이, D라는 사람은 질투가 섞인 의심이, E라는 사람은 어렸을 때 누구한테서 들은 지옥불의 이야기가 아마 사실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밤마다 괴로워하는 일 등... 이런 사람은 모두 공포를 다루는 솜씨가 서투른 사람이다. 공포가 마음 속에 일어날 때마다 어떤 딴 것을 생각하려고 애쓴다. 그들은 오락이나 사업이나 그런 것들을 가지고 그 생각을 잊어버리려고 한다. 모든 공포는 내버려두면 더 악화된다. 우리의 생각을 딴 데로 돌리려고 하는 노력은 그가 피하려는 두려움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공포를 다루는 옳은 태도는 공포를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정신을 통일시켜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는 그 공포가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결국 그 공포에 익숙해지면 공포가 적어진다. 그러면 그 문제가 권태롭게 생각되고 우리 생각은 거기서 멀어진다. 그러나 그 전처럼 의지적 노력으로서가 아니고 그 문제에 관심이 적어져서 자연히 멀어지게 된다. 어떤 문제가 자꾸만 골똘하게 생각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병적인 생각을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병적인 생각은 저절로 사라지고 만다.



The Conquest of Happiness, Bertrand Rus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