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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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닥쳐올 때 잘 견뎌 내려면 행복할 때에 관심의 세계를 널리 길러 두는 일이 현명하다. 생명력과 흥미가 왕성한 사람은 온갖 불행이 닥쳐와도 인생과 세계에 대한 넓고 굳센 흥미로 이것을 극복해 내는 것이다.  하나의 손실로 치명적이 될 만큼 세상은 좁은 것이 아니다. 한두 번의 실패로 패배하는 사람을 동정할 것이 아니라 생명력의 파산으로서 슬퍼해야 할 것이다.

The Conquest of Happiness, by Bertrand Ru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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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분노와 초조는 유해무익한 감정이다. 그런 감정이 강한 사람은 그걸 극복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앞서 말한 철저한 체념이 없이 이런 감정을 극복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심을 떠난 위대한 목적에 정신을 집중하면 개인적 사업의 실패도 견딜 수 있고, 불행한 결혼의 비애도 참을 수 있듯이 기차를 놓치거나 진흙 속에 우산을 떨어뜨려도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성을 잘 내는 인간이라면 이 이외의 것으로 그를 치료할 수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고민의 바다에서 해방된 사람에게는 인생이 그전보다 한없이 즐거울 것이다. 그 전에는 공연히 화가 나던 친구들의 특이한 개성도 이제는 한탄 재미로 보일 것이다.

(중략)

그가 어느 날 아침 이른 차를 타려고 서두를 때 구두 끈이 끊어져도 그는 몇 마디 중얼거린 후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주의 역사에서 이 사건은 중대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어떤 여인에게 결혼을 청하려는 자리에 시시한 이웃 사람이 찾아와서 방해가 되었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런 일은 인간의 조상 '아담'을 제외하곤 누구에게나 있기 쉬운 일이라"고.
조그마한 불행이 생겼을 때 재미있는 비유를 한 마디 던지거나 풍치 있는 이야기를 해서 그 불행을 위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남자든 여자든 문명인은 누구든지 자화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자화상을 욕되게 하는 것 같은 일이 생길 때는 화가 날 것이다. 이 불행을 해소할 최상의 방법은 그림을 한 장 갖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미술관을 하나 갖고서 문제의 사건에 대해서 적당한 것을 하나 선택하는 것이다. 그 그림이 좀 우스우면 더욱 좋다. 온종일 자기 자신을 숭고한 비극의 주인공으로 본다는 것은 슬기로운 일이 아니다.

(중략)

많은 활동적 인간의 의견은 이러하다. 체념과 유머의 빛이 다소라도 있으면 일에 대한 정력이 줄고 성공의 동력인 결심이 무디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소견은 틀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의 가치에 대해서 또 일의 쉽고 어려움에 대해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들도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 자기 기만을 해야 용기가 나서 겨우 임할 수 있는 인간은 그렇게 일을 계속하기 전에 먼저 진실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The Conquest of Happiness, by Bertrand Rus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