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써 주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고마워.

강석진 교수님의 글 다시 복사.

=======

수학이란 이차방정식을 풀거나 입체의 부피를 구하는 것 같은 시시한 작업이 아니라 "한없이 흥미진진하며 장엄한 시적인 세계"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직업 수학자가 될 생각을 품고 큰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런데 페트로스는 진정한 수학자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나"의 의도를 좌절시킨다. 수학이란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조화와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므로, 수학에서는 -- 예술이나 스포츠에서와 마찬가지로 -- 최고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며,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은 일생을 바쳐 노력해도 기껏해야 "화려한 범재"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지만 이것처럼 사람을 맥빠지게 하는 말도 없다. 직업 수학자인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아니 12분마다 한 번씩 이 사실 때문에 회의에 빠진다. 그렇지만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애정을 느끼는 대상을 향해 도전할 권리도 없단 말인가.

자신에게 주어진 얼마 안 되는 재능마저 벌써 소진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것도 같이 아파한 부분이다. 오죽하면 모든 수학자들은 머리가 하얗거나, 머리가 벗겨졌거나, 위장병을 앓고 있거나, 아니면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농담마저 있겠는가.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소에서 말년을 보내던, 이미 미쳐버린 괴델의 모습이 그려질 땐 "신의 영역"에 지나치게 가까이 간 이카루스의 파멸이 떠올라 전율했었다.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수학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를 추진하는 動力은 "진리 탐구"나 "인류복지" 같은 진부한 낱말이 아니라 야망과 경쟁심, 그리고 결국엔 영예를 얻으려는 백일몽이라고 토로하는 부분 역시 깊이 공감한 부분이다. 수학이란 겉으로 보기에는 "정의, 정리, 증명"으로만 이루어진 무미건조한 구조물 같지만 사실은 인간의 사랑과 야망, 도전과 좌절, 음모와 시기질투, 의리와 배신 등 모든 속물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진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또한 카라테오도리, 하디, 리틀우드, 라마누잔, 괴델, 튜링 같은 실제 수학자들이 등장하여 흥미진진한 읽을 거리를 제공해 준다. 특히 라마누잔의 신비스런 재능은 읽는 사람을 숨막히는 절망으로 몰아 넣는다. 직업 수학자는 때때로 수학에서 멀리 떨어져 다른 일에 몰두함으로써 수학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내가 이 책에서 배운 매우 소중한 지혜이다.

- 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