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글을 많이 썼다. 편지도 많이 썼지만, 그것보다는 일기나 수필같은

것들을 수첩에 끄적댄 것들이 꽤 있다. 언젠가는 내 홈페이지에 옮겨 적어 놓으려

한다.


나름대로 힘들다고 생각했던 때여서 더 글을 쓰기 쉬웠을 것이다. 그만큼 감상적이

되었고 덕분에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때의

글을 살펴보면 훈련소에 갔던 초반에 글이 무척이나 많다. 외로움이나 그리움같은

감정들을 타고 내 마음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반면에

훈련소에서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동기들과 친해지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서 글을 쓰는 일을 잊어버린 것 같다. 가끔씩

정신을 차리고 내가 있는 곳이 군대이고 이 곳이 원래 내가 있던 곳과 무척 다른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때에만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글이 생각을 표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글은 생각을 만들어낸다. 나에게만 해당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생각속에서 허우적대다보면 결론을 짓지 못하고 결국 시간이 그 모든 기억들을 지워

버림으로써 그 시간동안의 나의 생각들은 무효가 된다. 하지만 글을 쓰게 되면

쓰고 있는 글을 보면서 그 다음 글이 왜인지 자연스럽게 나오고 그러다보면 내가

어떻게 이걸 생각했는지 모를 만큼 괜찮은 생각들이 가끔 나오곤 한다.

흠... "글은 글을 쓴 사람 자신보다 더 현명하다." 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그러면서 후회했었다. 지금까지 내가 왜 글을 쓰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을까.

그냥 나에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쓰는 시간을 말이다. 나를 조정하고 자제시키려는

글, 나를 위로하려는 글, 나에게 용기를 주려는 글 등이 아니라 그냥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자유롭게. 그리고 신기한 것은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자제가 되고

위로가 되고 용기를 갖게 된다.


책을 읽고 그 곳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게 되었을 때는 무척이나 기쁘다. 그런데

가끔씩 내가 예전에 썼던 글을 읽다가 현재의 삶의 해답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그 글은 나와 완전히 동일한 사람의 경험과 생각으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많이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