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또는 군입대 전 대학 3년의 시절을 떠올려본다.
나는 그 때 뭘 믿고 그렇게 의욕에 차 있을 수 있었던 것일까?

거기에 무척 큰 역할을 했던 건 수학이었다.

수학은 나에게 있어서 도피처였다.
왜냐하면 수학은 나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확실히 이해하겠다, 또는 어떤 문제를 풀겠다 하는 목표를 제공해 주고 그 목표가 이루어졌는지 아닌지를 정확히 말해 준다. 정말 ideal한 세계가 아닌가.
내가 수학공부를 하면서 즐거웠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 세계에서는 끝도 없이 많은 목표들이 있고 나는 그 중 하나, 또는 여러 개를 골라 달려가 성취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고 그러한 기쁨을 앞으로도 누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있다. 그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언제나 나에게 도전의식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기에 나는 바깥 세상의 문제들을 잊을 수 있었다.

지금의 내가 방황하는 이유는, 내 목표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무엇을 이뤄야 내가 행복할 것인지. 돈을 많이 벌면 될까?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면? 행복한 가정만 꾸리면? 어떤 직업을 택하면?

가끔은 모든 것이 갖고 싶고, 가끔은 모든 것이 허무하고 의미없게 느껴지고, 그 두 가지 감정이 충돌하면서 나를 괴롭힌다. 누군가 ‘네 인생의 목표는 이것이다’ 라고 정해 주었으면 차라리 편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한다.

언젠간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예전에 내 부모님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더니 확실한 답을 찾는 것은 힘들거라 했다. 그때그때의 판단에 맡겨 살아가다 보면 그냥 그게 자신의 인생인 거라고.

다행히 나는 인생의 피난처를 가지고 있지만, 그 피난처에서만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이런 내 욕심 때문에 앞으로도 나는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내 선택은 어떻게 될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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