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준비

24Apr18

이번 겨울은 길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마음으로 느끼기에도 그랬다. 이제 4월의 마지막 주가 다 되었는데 보스턴에는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가을이 끝나 갈 무렵부터 조금씩 이 곳을 떠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2008년도에 유학을 나왔으니 올해로 딱 1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는 주변 어느 곳을 가도 익숙한 풍경이고, 익숙한 마음가짐이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물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지만 요즘 들어 생기는 감정들은 그 무게감이 조금 다르다.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페루, 헝가리, 체코, 칠레, … 마음만 먹으면 한 달쯤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지금껏 실천에 옮기지 못 했다.) 이 곳에서 살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집’을 찾아 나설 때가 된 것 같다. 나에게 집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장소와 그 장소가 포함하는 나의 사람들, 그리고 나의 마음가짐까지 포함되는 의미이다. 시애틀이니 뉴욕이니 시카고니 살기 좋은 도시들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을 해보는데, 어떤 장소에 간들 크게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후에 나는 다시 다른 어딘가를 찾고 있지는 않을까.

어떤 변화가 되었든 변화가 필요한 때임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잃어버린 것이 있었다면 다시 얻어내야 하고, 바꾸고 싶은 것은 바꾸어야 한다. 나의 젊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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