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자마자 전화로 티켓이 남았는지를 확인하고는 점심식사도 제쳐두고 심포니홀로 달려가 티켓을 손에 쥐었다.

저녁이 되어 검정색 코트에 어머니가 쓰시던 회색 목도리를 칭칭 감고 버스 안에서 DVD를 사라고 강요하는 흑인 아저씨를 애써 무시하며 Boston Symphony Hall에 도착했다. 콘서트홀에 자리가 꽉 찼는데 신기하게도 내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올라가 있던 의자를 조용히 내려 놓았다. 오늘 아침의 그 꿈을 기억하면서…

Barbara Frittoli 라는 소프라노의 미려한 모짜르트 아리아로 공연이 시작했다. 분명 곡도 성악가도 무척 좋았는데 브람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인터미션 때 로비에서 학과 사람들과 교수님 한 분을 만나서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가 말한 수학자 이름에 관한 조크에 잠깐 피식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브람스가 곧 시작했다. 옆자리 비어 있는 의자 쪽으로 가만히 손을 내밀고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눈을 감고 들었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지휘자는 James Levine 이라는 분이다.

꿈꾸고 있는 기분으로 콘서트홀을 나왔다. 온 몸에 서리가 낄 것 같은 추운 날씨는 내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도록 도와 주었다.

외로움이라도 이런 거라면 나쁘지 않다.


3 Responses to “BSO에서 브람스를 듣다”  

  1. 1 Taedong Yun

    덧. 다만 감성적이 되도록 하는 일들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어느 쪽으로든 요동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2. 2 mcpanic

    주호형이닷 – 풍요롭게 살고 있구나.. 여긴 참으로 팍팍한데..
    조만간 동부 한번 갈게~
    요동치게 해주마-_-

  3. 3 Taedong Yun

    한 달에 한 번쯤 있는 공짜표라서 열심히 챙겨가고 있어요.
    그나마도 이제는 학기 시작해서 시간도 없겠지만…

    놀러 오시면 꼭 연락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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