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22Feb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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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랑 약속한 대로 미역국을 끓여먹었어요. 이번에 미국 나와서 몇번 해 먹었더니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참기름이랑 간장이랑 마늘에 국거리용 고기를 두 덩어리나 넣고 볶다가 불려 놓은 미역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끓인 건데 먹을만 해요. 어머니가 먹어봤어도 맛있다고 했을거에요. 오징어젓하고 김은 큰어머니랑 지영이 누나가 싸준거에요. 이 정도면 혼자사는 것 치고는 괜찮은 편이잖아요? ㅎㅎ 다 먹고 나서 후식으로는 오렌지랑 아이스크림도 먹을거니까. 요즘 야채도 많이 먹고 있어요. 일부러 닭가슴살이랑 냉동새우를 사서 간식으로 샐러드를 해 먹고 있어. 그저께는 한인 마트에서 콩나물을 사와서 콩나물국을 처음 시도해 봤는데 예상외로 괜찮았어요. 엄마한테 이 얘기 했으면 또 “우리 아들은 못 하는게 없어” 라고 했겠지?ㅎㅎ 내일은 된장국을 시도해 보려고 두부랑 호박도 사 왔고… 그래서 처음 나왔을 때보다 살도 많이 쪘고 피부도 좋아졌어요.

며칠간 숙제하느라 운동은 못 했는데 오늘은 꼭 할게요. 미안해요. 학교도 잘 다녀요. 약속 꼭 지킬테니까 걱정 말아요.

이모가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줬어요. 너무 좋더라 우리집. 이번에도 난 한게 아무것도 없는데 아빠가 너무 잘 해 놨더라고. 여름에 내가 찾아갔을 때는 엄마가 심어놓은 수많은 꽃들이 피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예쁠거야. 빨리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신경써주는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요. 얼마 전에 생일파티를 미리 해서 케익도 먹었어요. 오늘도 원래는 집에 혼자 있을 생각이었는데 같은 과 형이랑 친구가 데리고 나가서 정말 맛있는 브런치랑 치즈케익을 사줬어요. 주문한게 나올 때까지 한참 기다렸지만 음식이 너무 좋아서 다음에 또 가보려고.

전에는 왜 이렇게 편지를 쓰지 못했을까요. 그랬으면 분명히 엄마가 더 힘냈을텐데. 왜 난 그렇게 이기적이었을까. 왜 난 그 긴 시간동안 같지않은 어른 흉내를 낸 걸까. 몰랐던 것도 아닌데, 그러지 않아야 하는거 뻔히 알고 있었는데. 정말 자격없는 놈인데, 지금보다도 훨씬 더 아파야 마땅한 놈인데 그런데도 염치없이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나 정말 잘 살고 있어요. 2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엄마의 아들로 살았고 앞으로도 마음 속에서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오늘 하루만, 아니 오늘 밤에만 잠깐 슬퍼하는 거에요. 처음 맞는 생일이니까 이번에만 이해해 줘요. 🙂

사랑해요. 당연히, 언제나처럼, 영원히 사랑해요.


2 Responses to “미역국”  

  1. 1 지왕

    좀 늦었지만 생일 축하한다:)

  2. 2 Taedong Yun

    고마워요 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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