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든 생각인데, 외로움이란 마음을 스스로 채우는 능력이 부족할 때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누군가가 채워주지 못 하더라도 스스로가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면 외롭지 않으니까. 자신감이 충만하고 혼자서라도 신나는 인생을 살고 있을 때는 외롭지 않았었다. 스스로의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허전함을 없앤다면 그것은 다만 임시 방편일 뿐 언제든 때가 되면 고개를 들 준비가 되어 있는 외로움이 계속 머리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이다.

나에게 분에 넘치는 자신감을 준 분이 세상을 떠나면서 나의 외로움도 만성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고 다녀서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가장 허전함을 주는 것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답답한 내 자신이다.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2 Responses to “만성 외로움”  

  1. 1 minji

    순수학문을 공부하시는 분들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혹은 열정을 항상 가지고 계시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삼성에 계신 많은 분들이 더 존경스러웠는데 ㅎ 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시거나 아니면 실마리라도 보이면 블로그에 공유 좀 해주세요 😀 ㅎㅎ

  2. 2 Taedong Yun

    흠.. 다른 학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수학에서는 (제가 느끼기에) 분명히 삶의 이유/열정을 뽑아낼 만한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 정도의 큰 “아름다움”을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감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점인 것 같네요. 평생 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처음에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지금까지 인류의 긴 역사가 만든 가장 경이로운 결과들을 보면서 이 정도라면 충분히 삶의 열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흘러 자신이 창조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 그 정도의 열정을 이끌어낼 만한 결과를 내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럴 때 초심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

    결국 최고의 수학자가 아니면서 행복한 수학자가 되고 싶다면, 수학이라는 학문을 자신의 ‘꿈’의 영역 뿐 아니라 ‘직업’의 영역 안에 들어오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삶의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꿈’의 영역에서 아예 떠나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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