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fall

24Oct10

지금은 다섯 시가 조금 넘은 새벽.

침대에 누운 건 세 시였는데 오랜만에 잠을 못 이루는 밤이다. 최근에 거의 쓰지 않던 EX90 이어폰을 귀에 꽂아 놓고 있는데 작은 피아노 반주 한 음까지 다 가슴에 와 닿을 만큼 정신이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오늘 잠을 자는 건 포기하는게 좋을 것 같다. 저녁 때 나름 고강도로 운동도 했는데 왜 이런거지.

지금 나오고 있는 노래는 또 왜 이런거야.

And if you fall, will you get up
Stuck in a dream, will you wake up
And if you’ve found love will you hold on to it
And if it’s cold, will you stay warm
Drift too far, will you swim towards the shore
And if you’ve found love will you hold on to it

가슴이 조금 답답한데, 능력에 비해 자존심이 강한 편이어서 이 곳에도 지금 느끼고 있는 허탈함과 좌절감을 솔직히 인정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블로그에 일기스러운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누군가 알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자신을 잘 포장해서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모순적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우스운 일이긴 하다.

포기, 놓아버리기가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계속되어서, 이러다 모든 걸 놓게 될까봐 두려워졌다. 당장 내일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비교적) 순수한 아쉬움이 마구 솟아오르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닐거다. “어쩔 수 없는 것”과 “바꾸어야 하는 것”의 경계를 어디로 해야 할지 찾지 못 해서 아직 헤매고 있다. 확실한 것은 어딘가 너무 멀지 않은 곳에 빨리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인 성숙함을 갖는 것.


One Response to “If you fall”  

  1. 1 Sooki

    🙂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