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Office

처음 해보는 것들은 대부분 힘들다. 2013년 딱 이맘때쯤 박사 졸업장을 받고 처음 기숙사가 아닌 곳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내 소유의 자동차를 갖게 됐고, 부동산업무/보험가입/은행대출/세금신고 같은 일들을 처음 해보고 어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알게 됐다. 그래도 외국인의 신분으로 큰 문제 없이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의 직장이 든든하게 있어준 덕분이다.

그리고 오 년이 지난 지금 처음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처음으로 정든 상사와 동료들에게 회사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올 일 없는 내 사무실을 뒤돌아 본다. 지난 몇 달간 회사를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으면서도 떠나는 발걸음이 이렇게 아쉬운 이유는 아마도 그 동안 이 회사가 나의 마음가짐에 큰 안정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로 시작하는 일에 대해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설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 이 회사를 다니면서 얻은 것들 덕분이다.

바로 다음 주 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아마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바쁜 삶을 살게 될테니 쓸데없는 감상에 젖을 시간도 많지는 않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짧은 휴식 중에도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래도 오늘 하루 만큼은 마음 속에 잘 담아 두고 싶다. 송별 점심 식사를 함께 해주고 축복해준 동료들과 불 꺼진 내 사무실을 기억 속에 고이 넣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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