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쇼팽의 곡을 단 하나만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보고 싶었다. 사실 가장 해 보고 싶은 건 발라드 No. 1 (G minor, op. 23) 이지만 이건 감히 악보를 뽑아 볼 엄두도 내지 못 하고, 언젠가 녹턴 하나만 연습해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그래서 한 달 전에 피아노를 사면서 가장 먼저 뽑아 놓은 것이 Nocturne Op. 9 No. 2 (가장 유명한 녹턴) 의 악보였다. 그렇게 한 달쯤 매일 조금씩 연습을 했더니 이제 적당히 들어줄 만한 소리가 나온다. 처음에는 내가 내는 소리가 듣기가 싫어서 연습하는게 고역이었는데 이제는 나 혼자서 약간 감상에 잠길 만한 소리를 낼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되었다고 스스로는 만족하고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문제가 많을 테지만.)


Yundi Li plays Chopin Nocturne Op. 9 No. 2

덕지덕지 붙어 있는 플랫과 샾들이야 연습하면서 익숙해진다 해도, 트릴 속도나 손가락 유연성, 그리고 박자 감각과 같은 기본기가 부족한 부분이 많이 아쉬운데 이런 것들은 아마도 영영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것 같아서 (적어도 나의 둔하고 뻣뻣한 손가락을 저 탄력있는 Yundi Li 의 손가락처럼 만들 수는 없을 테니까) 그냥 이해하면서 들어주고 있다. 조금이라도 고쳐 보려고 어릴 적 죽도록 싫어하던 Hanon 을 아마존에서 거의 주문할 뻔 하다가, 취미생활로 자신을 고문할 필요까지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히 마지막 순간에 자제했다.

아무튼 내가 세운 이번 학기 목표가 ‘미국 운전면허 취득하기’ 와 ‘쇼팽 녹턴 한 곡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연습하기’ 였는데 면허는 필기 시험만 봐 놨고(실기 시험은 sponsor가 필요하다고 해서 아직 못 봤다) 녹턴 하나는 대충 되었으니 목표의 75%를 달성하여 아주 뿌듯하다.

다음의 목표는 Nocturne Op. 9 No. 1 (B flat minor) 하고 Etudes Op. 10 No. 3 (E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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